본 연구의 목적은 메를로-퐁티의 주저 『지각의 현상학』을 중심으로 신체는 즉자적인 존재가 아닌 현상세계의 주체임을 밝히는데 있다. 고대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철학의 분야에서는 인간의 신체를 과학적인 방법과 이성적인 방법으로만 이해해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법을 따를 경우, 신체는 현상세계의 주체가 아닌 즉자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에 메를로-퐁티는 현상학을 바탕으로 과학과 이성으로 정초할 수 없는 새로운 방식의 철학적 출발점을 제시하였다.
2장에서는 신체의 현상세계로의 접근 가능성에 대해 고찰하였다. 메를로-퐁티의 철학은 현상학에 그 기초를 두고 있으므로, 그의 현상학적 원리를 다시 살펴보았다.3장과 4장에서는 신체에 대한 생리학적 이해와 심리학적 이해의 한계들을 차례로 교정하였다. 이해를 돕기 위해 ‘환상지’와 ‘질병 부인증’의 병리적인 증상과 고유한 신체의 특성인 ‘항구성’, ‘이중 감각’, 그리고 ‘운동 감각’등을 예로 들어 생리학과 심리학의 한계점들을 교정하였다.
5장에서는 신체의 특성들을 현상적으로 고찰하였다. 신체의 구체적인 특성으로는 ‘신체도식’을 비롯하여 ‘상황적 공간성’, ‘신체의 운동성’그리고 ‘지향 호’등이 있다. 사실, 이와 같은 신체의 특성들은 메를로-퐁티가 처음으로 주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과적이고 주지주의적 이론을 바탕으로 신체를 이해하게 되면, 신체는 단순한 물리적 대상 중의 하나로 전락하게 되고 만다. 따라서 메를로-퐁티는 신체의 특성을 현상적으로 고찰하여 신체는 이 현상세계의 실존적 주체임을 피력하였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메를로-퐁티의 이론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와 긍정적인 평가를 덧붙여서 본 연구를 마무리하였다. 메를로-퐁티의 주장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지금까지 모호했던 현상세계 내에서의 신체의 정위를 바로잡게 될 것이며, 우리 자신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세계를 주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우리 자신의 지각을 통해서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