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제목은 “논쟁사화에 드러난 예수의 동정심”이다. 네 복음서의 논쟁사화 본문을 분석하고, 그 안에서 죄인과 논적(종교지도자들)을 향한 예수의 동정심을 고찰하고자 하였다. 일반적으로 예수의 동정심은 기적사화 안에서 풍부히 발견된다고들 말하지만, 실은 말로써 사람을 평가하고 단죄하는 자리인 ‘논쟁’에서도 중단됨이 없이 발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논쟁사화에서 예수의 동정심은 비단 죄인들만을 향하고 있지는 않았다. 성경은 분명히 “예수가 바리사이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몹시 슬퍼하셨다”고 보도하고 있다(마르 3, 5참조).논쟁을 제기하면서 예수를 시험에 빠뜨리고 결국 죽음으로 좨쳐대는 종교지도자들을 향해서도 예수의 동정심은 전혀 빛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향나무는 자기를 찍어내는 도끼날에도 향을 묻힌다. ”는 말은 바로 ‘논쟁사화 속 예수’를 그 풍부한 원천(源泉)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결론에 이르는데 있어, 몇 가지 성경 연구방법론의 연구 성과들을 활용하였다. 우선, 양식비평의 관심사인 ‘초기교회의 삶의 자리’그리고 편집비평의 관심사인 ‘복음사가의 삶의 자리’에 대한 연구는 초기교회의 필요와 복음사가의 신학적 관점에 따른 전승의 변형 가능성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논적에 대한 예수의 비판적 태도가 다름 아닌 교회 혹은 복음사가의 2차적 가공에 의한 소산(所産)임을 확인시켜 준다. “예수 시대에 바리사이 등 종교지도자들이 논쟁의 대립역으로서 세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 역시 이러한 가능성을 지지해준다. 또한 서사비평의 관심사인 ‘갈등’의 강조가 자칫 바리사이 등 논적의 역할을 예수의 대립역(對立役)으로 일방적으로 복무하게끔 설정하고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논적에 대한 예수의 동정심이 자리할 공간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했다. 이러한 논거들을 통해, 예수의 동정심의 대상으로 바리사이 등 종교지도자 역시 예외가 아님을 밝혔다. 결론적으로 “논쟁사화에 드러난 예수의 동정심은 죄인과 의인이라 자처하는 사람 모두를 향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