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근동에서 신들의 이름은‘정의’와 직결되어 동의어로 표시되었다. 그것은 정의가 진리이며 신의 속성임을 나타내고, 신의 대리자인 왕에게는 정의를 수호하고 실현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로 주어졌던 것이다. 이는 고대 이스라엘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인데 구약 법전에는 이러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정의는 인류가 실현할 목표로 지속되어져 왔고, 오늘날의 많은 나라에서 법이나 재판과 어원상 동의어로 표시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본 소고는‘정의와 재판’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이를 언급하는 구약의 여러 문헌 중 십계명, 계약법전, 성결법전, 신명기 법전을 연구 자료로 삼는다. 특히 정의의 실행 방편인‘재판’에 관한 조항들을 살펴보는데, 이때 지역적 문화적 인접성이 큰 고대 근동 법전을 함께 제시하여 그 깊이를 더하고자 했다.
본문에서 다루는 고대 근동법전은 시대적으로 우르 이님기나 법에서 함무라비 법전까지의 내용인데, 여기서 우르남무 법전 29조와 에쉬눈나 법전 37조는 십계명의 둘째계명과 연관지을 수 있다. 이는 신께 하는 맹세를 통해 증언의 신빙성과 진실성을 높이고 거짓 증언을 근절시키려 했음을 알 수 있고, 오늘날 법정 선서의 유래를 짐작케 한다.
나머지 본문의 구약과 고대 근동법전은 제 8계명과 관련이 있는데, 거짓 증언이나 고소 및 뇌물을 금지하여 공정한 재판을 하고 이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것이다. 또한 왕만이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하거나 태형의 최대 한계를 지어 인명을 중시했던 고대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고대 근동의 왕들은 가난하고 힘이 없는 이를 보살피고 재판 등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여 이상적인 인간 공동체를 지향하려 했고, 이는 구약 법전과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재판 관련 조항에서 고대 근동이 각 사례별로 배상 등 판결의 구체적 제시에 치중하여 결과론적이라면, 구약 법전은 재판의 공정성을 해치는 요인인 거짓 증언· 편파 판정· 뇌물 등의 금지를 명시하여 원인론적임을 견지할 수 있다. 이것은 법규의 준수와 공정한 재판이 정의를 실현하고 궁극적으로는 하느님의 사랑인 구원이라는 이스라엘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이에 진리와 정의와 사랑은 단순한 이상이 아닌 우리 모두가 이룰 수 있는 실재임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