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게는 급속한 정보화로 인해 점점 국제화되는 추세에 놓여있다. 이러한 정보화는 물질의 풍요와 각 문화 간의 경계를 허물어, 현대 사회가 소비주의 사회, 그리고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는 요인이 되었다.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는, 곧 사회의 문화적 요소가 창조적인 삶의 질을 가능하는 척도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문화는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닌 인간이 만든 창조물이다. 타일러의 말처럼 문화를 인간이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이나 습관의 총체로 본다면, 문화 또한 사회의 변동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변동성(變動性)을 가지고 있음에 주목할 수 있다. 문화에는 다양한 충외가 존재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러한 문화의 변동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인간의 창조성을 전제로 하는 예술(藝術), 그 중에서도 인간의 생활양식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복식(服飾) 예술이라 할 수 있겠다.
복식(服飾), 즉 패션(fashion)은 사회·문화의 특성을 표현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수단으로, 인체의 보호와 개성 표현을 기저로 하는 생활조형 예술이다. 또한 패션은 문화가 지닌 고유의 창조성과 생활수준을 그대로 반영하는 생활양식의 직접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그 문화를 소비하는 나라의 전통과 문화 수준의 고하를 논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따라서 오늘날의 패션 디자인은 단순히 유행의 선도에 그치는 것이 아닌, 한 나라의 문화적 좌표를 형성하며 문화 정체성과 독창성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는 더 나아가 패션 상품의 부가가치 창출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간의 문화적 장벽은 점차 허물어지고 있지만 문화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 국제화 시대의 현실이다. 이러한 경쟁에 따라 각 국가는 자국의 상품에 대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술 개발 측면에서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술력의 발전으로 제품의 품질에 대한 차별성이 모호해짐에 따라, 기술 개발보다는 디자인에서의 경쟁력이 더욱 중요한 경쟁 요소로 인식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한국적인 전통 조형미의 특징을 살린 패션 디자인의 개발은 우리 문화의 세계화와 더불어 패션문화 발전에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색체는 패션에 있어 그 조형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히 역사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때, 한국전통의 색체는 고유한 의미와 상징성의 내포하고 있어 단순히 실용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신적 측면까지 포함한 특수한 연구 대상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또한 우리의 전통자수문양 속에는 다산과 행복, 자연에 대한 외경, 이상 세계에의 동경 등을 나타내는 아기자기한 장식미와 더불어 우리 민족 고유의 미의식과 정서가 담겨있다. 전통의 문양이나 패턴에서 연상할 수 있는 형태적 부분은, 우리나라의 심상을 통칭하는 곡선미, 은은한 조화, 여백의 미 등과 함께 기후나 지형, 생활양식의 파악에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현대적 패션 디자인 개발의 초점을 한국적인 색채와 전통자수 문양에 두고 이를 문헌적으로 고찰, 현대적인 패션의 디자인 모티브를 개발하여 실질적으로 패션작품을 제작 해 봄으로써 한국적 디자인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하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연구 목적에 따라 먼저 한국의 전통색채에 관해 통시적으로 살펴본 후 한국의 전통자수에 사용된 색채와 배색을 본격적으로 고찰하는 문헌 연구와 직접 패턴을 개발하고 의상을 디자인, 제작하는 실증적 연구를 병행하였다. 전통자수의 색채와 배색 연구에서는, 역사에 대한 상세한 기술이 연구의 목적이 아니므로 비교적 현대 자수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되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로 범위를 한정하여 검토하였다. 또한 색채 분류에 대해서는 『한국의 색』 (이재만, 2005)에 제시된 전통 색명을 사용하되, 이를 직접 언급한 경우에는 팬톤 칼라(Pantone Solid Color Third Edition)의 색상번호를 따랐다.
문헌 연구에서는 먼저 다양한 연구 자료를 확보, 이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한국적 색채의 특성 파악과 한국 자수 문양과 기법에 대해 조사 함으로써 한국적 색채와 자수기법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확립하고자 하였다. 이 과정에서는 특히 현대 패션에�� 독창적인 자수문양 응용을 위해 전통자수문양 중에서도 기하학적 문양을 중심으로 고찰하였다.
실증적 연구에서는 위와 같은 이론적 배경을 패션 디자인 개발에 응용한 기초 결과물로서 현대적 자수 모티브 개발을 진행하였다. 이를 위해 현대 건축물의 이미지 검토와 그 사례 분석, 사례별 이미지 활용을 고찰하고, 선문, 직선문, 점문, 팔괘문, 격자문, 기하문, 물결문, 원형문(떡살문), 아자문, 태극문, 길상문, 당초문, 문자문, 귀갑문 가운데 원형문(떡살문), 당초문, 격자문, 귀갑문, 물결문, 선문 등의 전통 기하학적 자수문양을 토대로 현대적인 기하학적 패턴을 개발하였다.
이러한 실증적 연구의 최종 결과물로서, 위에서 개발한 현대적 자수 문양을 현대 의상에 응용, 새롭게 디자인하여 원피스 드레스를 제작하였다.
연구의 내용으로는, 제Ⅰ장 서론을 거쳐, 제Ⅱ장에서 한국전통 색채의 개념과 특성을 상세하게 살펴보고, 한국전통 색채의 현대적 적용에 관해 조사하였다.
제Ⅲ장에서는 한국전통 자수의 색채와 문양에 대해 고찰하였으며, 전통자수 문양은 기하학적 문양을 중심으로 연구하였다.
제Ⅳ장은 Ⅰ, Ⅱ, Ⅲ장에서 고찰한 사항들을 토대로 한국적인 색채와 기하학적인 전통 문양을 응용하여 새롭게 자수 모티브 디자인을 개발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패션 디자인을 개발하였다. 연구의 최종 결과물로 원피스 드레서 여섯 작품을 제작함으로써 연구결과의 실제화를 도모하였다.
드레스디자인 Ⅰ은 전통 문양 중 ‘원형문(떡살문)’을 모티브로 하여 제작된 것이다. 보라색 바탕에 적색, 황색, 청록색, 분홍색, 회보라색 등을 배색하여 원형문(떡살문)을 자수로 표현하고, 전체적으로는 입체적으로 풍성한 실루엣을 연출하도록 하였다.
드레스디자인 Ⅱ는 ‘당초문’을 응용하여 제작된 것으로서, 자수의 배색은 옥색 바탕에 진홍색으로 고전적인 느낌을 살리고자 의도하였다. 또한 전체적으로도 전통적인 한복 치마를 변형한 풍성하고 우아한 실루엣을 연출하고자 하였다.
드레스디자인 Ⅲ은 ‘격자문’을 응용한 것으로서, 자수의 배색은 장단과 청록색을 사용하였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기본 스커트 밑단에 주름 장식을 넣은 벌룬 스타일로서 격자문의 기하학적 패턴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였다.
드레스디자인 Ⅳ는 ‘귀갑문’에서 모티브를 차용한 것으로서, 육색 상의에 흑색 치마로 나누어 제작하였다. 자수의 배색은 벽색과 흑색으로, 따로 수를 놓아 덧대는 부조의 형식을 취하고, 전체적인 실루엣은 종모양의 벨(BELL) 라인으로 연출하였다.
드레스디자인 Ⅴ는 ‘물결문’을 활용하여 제작된 것으로서, 백과 청의 바탕에 오방색을 기초로 한 장단, 청벽색, 청색으로 자수를 놓았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기본 원피스에 핀턱(pin tuck)을 주어 밋밋함을 보완하고 여성스러움을 강조하였다.
드레스디자인 Ⅵ은 ‘선문’을 활용하였는데, 황금빛 겨자색 바탕에 두 가지의 청색과 금사를 이용하여 자수를 놓았다. 기본적인 원피스 실루엣이지만 네크라인의 변화와 주름으로 심플하면서도 현재적인 디자인을 연출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한국적인 색채와 전통자수의 문양을 응용·개발하여 한국의 전통미와 조형미를 현대 패션에 적용함으로써, 한국 전통미를 살리고 보존하며 나아가 패션디자인 문화를 발전시키는 과정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