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비평가들은 성서 기자를 저자로 전제하고 그러한 저자를 통해 문체와 주제의 일관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따라서 성서의 한 본문에 나타나는 중복과 불일치 그리고 상호 모순은 다른 저자들에게 기인한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성서가 구전되고 기록되던 시대는 쓰기가 처음 도입된 시기이다. 그리고 쓰기의 용도는 실용적 목적에 제한되었다. 아울러 문학적 용도로는 쓰이지 않았다. 이러한 역사적 정황을 통해 본 논문은 성서 본문에 나타난 불일치는 구술문화에 근거하여 성서 본문이 만들어지고 전승되었기 때문이라고 가정한다. 쓰기가 도입된 초기 시대는 말하기 방식에 따라 글이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정의 근거는 이러하다.
첫째, 성서가 기록되고 구전되던 시기는 구술문화이다. 구술 문화적 배경에서는 정형구에 의해 사고를 구성한다. 구술된 말은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행위이다. 시간은 불가역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동일하게 재연할 수 없다. 따라서 기억되기 쉬운 형태로 사고를 구성한다. 구술된 말의 이러한 특성은 한 본문 안에 동일한 이야기의 반복으로 이야기의 삽화적 구성과 평면적 인물 묘사 등으로 나타난다.
둘째, 셈어계에서 저자란 낯선 개념이다. 창조적 저자라는 개념은 근대적인 개념이다. 본문의 내용을 고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창조적 저자의 몫이 아니라 공동체의 몫이다. 이는 성서를 기록한 히브리어의 특성에 따른다. 히브리어는 상황 독립적으로 의미를 보존할 수 없다. 자음 문자의 특성상 한 단어가 여러 의미로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히브리어는 공동체 의존적이다.
셋째, 구술문화에서는 '단어'의 개념이 오늘날과 다를 수 있다. 단어는 '말, 단어(word)', '발언(utterance)', '담화(speech)'이나 '전언(message)'을 의미할 수 있다. 단어의 외연이 다르면 의미도 또한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의미의 일관성'의 기준으로서의 단어는 재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