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스위스 제네바의 종교개혁자 장 칼뱅(John Calvin, 1509-1564)의 정치사상에 대한 연구와 그의 정치사상이 근대 민주주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밝힘으로써, 기독교가 정치에 가져야 할 역할을 고찰해보려고 시도하였다.
칼뱅의 정치사상은 그의 하나님 주권신학,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신학에서 출발한다. 하나님은 만왕의 왕이시며, 그의 주권으로 모든 세계를 통치하신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그 대리자로써 권세자를 세우셨다. 그러므로 모든 권세자들은 하나님을 대신해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야 하는 소명이 있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하나님의 뜻이란 하나님을 사랑하여 교회와 예배가 보호되도록 하는 것이고, 이웃을 사랑하여 인간 사회 속에서 질서와 평안이 유지되고, 공의와 사랑이 지켜지는 것이다. 또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려면 경건에 힘써야 한다. 경건이란 개인의 성화 뿐 아니라 사회에서의 경건, 즉 질서 회복과 하나님의 통치를 위해 힘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인은 정치에 있어서도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고 질서가 유지되도록 하는 책임이 있다.
칼뱅은 자신의 정치사상을 『기독교강요』4권 마지막 20장 ‘국가 통치’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칼뱅은 ‘두 정부론’을 주장한다. 이 세상에는 ‘영적 통치’를 하는 ‘그리스도의 정부’가 있고, ‘국가 통치’를 하는 ‘시민의 정부’가 있다. 모든 사람은 이중의 통치를 받고 살고 있다. 국가와 교회, 이 둘은 모두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 세워진 기관이다. 이 중 국가는 예배를 유지하고 교회를 보호하며, 사회의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고 국민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칼뱅은 국가의 이상적 정부형태를 귀족정치와 민주정치가 혼합된 일종의 대의 민주주의적 형태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가는 왕이나 집권세력에 의해 통치되지 말아야 하고, 오직 법에 따라 통치되어야 한다는 법치주의를 주장하였다. 또한 집권자가 국민의 복지를 무시하며 전제적 정치를 펼 때는 ‘국민의 관리’를 통해 저항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하였다. 즉 국회와 같은 권력 견제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권력 분립을 주장한 것이다. 또한 국가의 집권자는 하나님의 대리자로 소명을 받은 자로써 직무에 충실해야 하고, 국민은 집권자와 법에 순복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집권자가 하나님의 법을 어길 것을 강요할 경우 저항할 권리를 갖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칼뱅의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정치사상은 결국 근대 민주주의 발전에 큰 도움을 주게 되었다. 특히 칼뱅의 후예인 칼뱅주의자들은 칼뱅 사상을 더욱 급진적으로 발전시켜서, 직접적으로 정치활동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근대 민주주의 형성에 이바지 하였다.
그렇지만 칼뱅의 여성 정치지도자에 대한 인식은 기본적으로 성차별적이었다. 대부분 여성 정치지도자는 죄에 대한 징벌로 주어지는 혼돈의 상황이다.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로 세워지는 선한 여성 정치지도자도 있지만 어디까지는 특별한 경우일 뿐 보편적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칼뱅은 여성에 대한 인식이 불변하는 영원한 법칙이 아니라 시대와 관습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정치 질서의 하나일 뿐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시대가 바뀐 현대의 칼뱅주의에서는 여성 정치지도자에 대한 입장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야 한다. 여성의 지도력이 인정받고 있는 시대에 맞추어,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지키고 교회를 보호할 소명감을 가진 여성 정치지도자를 인정하고 세우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의 칼뱅주의는 민주주의가 발현되지 못한 독재의 시기에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주장하며 정치에 대해 침묵하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칼뱅의 사상을 따르자면 정치에 무관심하여 개인적 신앙 경건만 좇으면 안 되며, 개인의 신앙 경건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회적 경건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칼뱅의 개혁주의를 좇는 기독교인들은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여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고 국민의 복지를 생각하는 올바른 정치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