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내에서 용서가 주는 효과성 뿐 아니라 잠재적 이익 등이 다양한 임상적 연구를 통해 증명됨에 따라 용서의 긍정적 기능 및 그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심리학 영역에서 용서는 피해자에게 분노감 해결, 과거 상처로부터 해방 등 용서가 주는 다양한 유익이 강조되기 때문에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용서할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한 다양한 과정과 방법론이 요구된다. 반면, 신학적 영역에서 용서는 하나님과의 관계에 근거를 두고 자신이 먼저 용서 받았음으로 용서를 베풀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수직적 용서가 대인관계에서의 수평적 용서를 가능케 하는 근원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한 용서 이해는 그리스도인의 무조건적인 의무로 해석되어 피해자에게는 가해 상황을 더 연장시키는 수단이 되며 때로는 피해자가 당한 잔인한 사건의 심각성이 평가 절하되거나 무시되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용서를 이해함에 있어 심리학적 영역에서의 인지치료적 방법론과 신학적 영역에서의 종교적 신념 등을 통합함으로써 강요된 용서가 아닌 자발적인 베풂으로서의 용서가 '인지적 재구성'을 통해 가능하다고 이해한다. 따라서 개인의 정서와 행동은 주로 그가 세계를 구조화하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는 인지치료적 입장에서 용서를 고찰한다. 피해자는 자신이 가진 부정적인 신념에 대한 성찰을 통해 자신의 회복과 가해자를 향한 용서를 방해하는 자신의 인지적 결점과 취약점(역기능적 인지도식, 자동적 사고, 인지적 왜곡)을 스스로 발견하고 인식함으로써 이를 극복해 나가게 된다. 이를 통해 피해자는 좀 더 건강하고 긍정적인 삶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틀을 재구성해 나감으로써 자신 스스로가 만들어낸 아픔의 구조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용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용서하고자 하는 내면 깊은 곳에서의 마음의 변화'가 요구되기 때문에 피해자는 가해자를 향한 겸손한 동일시, 인간존재 가치의 중요성, 종교적 신념을 통한 통찰을 통해 용서를 위한 인지적 재구성을 해나갈 수 있다. 인지적 재구성은 피해자로 하여금 가해자의 전인격을 가해 행위로 정의하지 않게 하며 가해자를 전체적인 맥락 안에서 이해하도록 돕기 때문에 용서의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즉, 인지적 재구성을 통한 용서는 피해자에게는 잃어버린 자기 삶의 조절능력을 다시 되찾게 함으로써 자기 삶의 주체가 되게 하며 가해자에게는 변할 가능성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가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동시에 부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