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의 의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낙천낙선운동, 금융실명제, 과거사청산, 최근의 호주제 폐지에 이르기까지 시민단체가 제기한 정책의제는 국가의 주요 정책의제로 채택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여론의 향방에 민감한 언론들도 시민단체의 정책의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민단체의 언론 노출 횟수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언론과 시민단체는 정책 아젠다를 제시하고 형성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한 역할 기능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공익성'과 '공공성'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언론은 매체의 보도이데올로기에 따라 시민단체 소스를 적극 활용하기도 하고 배제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언론과 시민단체의 관계에서 힘의 역학에 대해서는 제대로 연구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행정학에 '거버넌스'개념이 등장하면서 정부의 정책참여자로서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지만, 여론을 형성하고 의제를 설정, 구축하는 공중관계적 측면에서의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정책 의제를 가지고 있는 시민단체가 언론에 어떻게 활용되는가와, 그들이 설정한 정책의제가 언론에 어떻게 반영되느냐를 살펴보았다. 본 연구는 학문적으로는 세 가지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시민단체의 의제와 언론 의제가 어떠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은 지금까지 논의되어온 의제설정이론에서 한 단계 발전된 의제형성가설을 뒷받침하는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다.
둘째, 권력 및 물적 배경을 가지지 못한 시민단체가 공적소스로서 어느 정도 활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기존의 정보원 연구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연구다. 나아가 정보원의 전문화, 다양화 추세에 있어서 시민소스가 언론 정보원으로서 어느 정도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도 연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미디어가 현실에서 제기되고 있는 시민단체의 정책의제를 어떤 관점에서 어떤 비중으로 다루느냐 문제는 진보적인 집단의 여론이 언론 이데올로기를 통해 어떻게 언론 의제화 되는지를 드러내는 논의의 시작이 될 것이다.
본 논문에서 시민단체 의제가 언론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한 사례로는 시민 사회가 공론의 장에 참여해 여론을 주도하고, 공적 매체인 언론과 적절한 관계 맺기를 통해 아젠다 빌딩에 성공한 '성매매방지법'시행 과정을 택했다.
분석 대상이 된 언론보도기사는 조선일보 56건, 한겨레 70건, 서울신문 81건이며, 분석 대상이 된 시민단체는 '한국여성단체연합' '다시함께센터' '참여연대'였다. 분석 기간은 9월 23일부터 12월 23일까지 석 달간이다.
시민단체의 의제설정이 언론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한 연구방법으로는 언론보도분석과 등위상관관계분석을 사용했다. 구제적으로 성매매방지법 시행 관련 언론 보도 분석을 통해 첫째, 정보원으로서 시민단체에 대한 인용 정도를 살펴보고, 둘째, 시민단체를 중심적 정보원으로 하는 기사의 중요도, 의제속성, 제목태도, 보도성향 등을 분석하고, 셋째, 시민단체 의제 속성에 대한 언론의 의존도를 밝혔다. 이와 함께 언론 이데올로기에 따라 시민단체 의제속성의 의존도가 어떻게 달라지는가도 함께 다루었다.
본 논문에서 연구결과는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성매매방지법 시행 보도에서 시민단체 소스는 기사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졌으며, 기사의 의제 속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사에서 시민단체 소스의 인용 단락 비율은 7.5% 수준으로, 경찰(13%)과 성매매관련 종사자에 이어 3번째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둘째, 성매매방지법 시행 보도에서 시민단체를 중심적 정보원으로 하는 기사는 시민단체의 의제속성을 적극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제목태도 보도성향 등도 시민단체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를 중심적 정보원으로 하는 기사 18건 가운데 17건이 시민단체 의제 속성을 반영하고 시민단체를 옹호하는 보도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셋째, 성매매방지법 관련 보도는 시민단체의 의제속성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207건 기사 중 44.94%가 시민단체 의제속성을 반영하거나 적극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스피어만 상관계수검정 결과 언론과 시민단체 의제속성 상관계수 rho=.439(p=.051 단측)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넷째, 성매매방지법 관련 보도에서 언론사의 보도이데올로기에 따라 시민단체 의제를 적극 반영하거나 배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피어만 상관계수 측정 결과 조선일보의 의제속성이 시민단체와 가장 적대적인 위치에 있었으며 한겨레가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결과는 한국사회에서 시민단체가 세운 정책 의제가 언론의 아젠다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아울러 언론 의제 형성에는 공중 의제 뿐 아니라 언론사의 보도 이데올로기, 중심적 정보원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앞으로 의제형성논의에서는 보다 다양한 공중을 대상으로 공중의 언론영향력을 밝히는 후속 연구들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