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로 들어서면서 점점 더 행정국가화· 사회국가화 현상이 두드러짐에 따라 우리 사회에는 형법과 더불어 수없이 많은 특별형법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더욱 자신의 행위가 법에 의해 규제 받는 행위인지 알기 어렵게 되었으며, 그 결과 처벌 대상이 확대되어 전과자가 양산되는 실정이다.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성이 인정되는 행위이더라도 책임이 인정되어야만 한다. 여기서 책임의 핵심이 위법성의 인식이며, 위법성의 인식이 있어야만 범죄행위에 대해 비난을 가할 수가 있게 된다. 형법은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이 결여된 경우를 법률의 착오라고 하여 정당한 이유가 인정될 경우 책임을 조각시키고 있다. 그런데 우리 대법원은 수많은 행정형법과 행정단속법규 등 법률의 부지에 대해서는 법률의 착오에서 제외함으로써 면책가능성을 배제시키고 있다. 이는 형벌권을 확장시켜 책임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이념을 공허하게 만들고 있다.
법률의 부지는 행위자가 금지규범의 존재 자체를 전혀 알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이러한 법률의 부지에 대해서 각국의 입법은 로마법상의 전통에 서서 인정하지 않는 경우와 판례와 학설의 영향으로 명문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형법은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학설은 법률의 부지도 법률의 착오로 보는 견해가 압도적이다.
책임은 범죄행위에 대한 비난이며,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위법성 인식이 있어야 한다. 위법성의 인식은 자신의 행위가 법질서에 반한다는 인식으로 책임개념의 핵심이다. 법률의 부지 역시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이 결여된 대표적인 경우이므로 법률의 착오에 포함시키고 '정당한 이유'의 인정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대법원은 법률의 부지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 없이 법률의 착오에서 배제시키고 있으나, 착오는 주관적 인식과 객관적 실재의 불일치로, 적극적인 착오뿐만 아니라 소극적인 착오와 잘못된 관념을 갖고 있거나 관념 자체가 결여된 경우도 포함한다. 따라서 법률의 부지를 형법 제16조의 법률의 착오에서 제외시켜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처럼 법률의 부지를 법률의 착오에 포함시킬 경우 논의의 초점은 '정당한 이유'의 인정에 있다. 정당한 이유는 법률의 착오로 인정함에 따라 초래될 형사처벌상의 허점과 이를 제한하기 위한 법적용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는 역할을 한다. 판례는 법률의 부지를 법률의 착오에서 제외함으로써 정당한 이유를 판단하지 않고 있으며, 법률의 착오 사안들에서도 정당한 이유를 정당행위의 기준으로 판단하거나, 유사한 사안임에도 합리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함이 없이 결과만 다르게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정당한 이유'는 표현은 다르지만 독일형법의 회피가능성과 동일하다고 볼 것이다. 이 회피가능성은 과실범에 있어서의 과실과 동일시 하여서는 안되며, 독자적인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회피가능성의 본질은 위법성의 인식가능성이며, 여기서 구체적인 위법성 인식가능성과 심사숙고 및 조회의 계기, 위법성인식가능성의 이용에 대한 기대가능이라는 판단기준을 도출해 내야 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법률의 부지시, 행위자 스스로 판단시, 법규나 판례를 신뢰한 경우, 공공기관의 견해를 신뢰한 경우, 관할 관청의 고시나 지침을 신뢰한 경우, 사인의 견해를 신뢰한 경우, 직무 범위 내로 오인한 경우의 정당한 이유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서 불법통찰의무의 핵심으로 조회의무를 드는데, 행위자가 조회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정당한 이유를 부정해서는 안되며, 불법인식의 도달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행위자가 처한 사정을 보다 고려하여 정당한 이유를 인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법률의 부지의 효과는 위법성인식의 체계적 지위와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로 일반적으로는, 법공동체의 구성원은 자기 행위의 적법성에 대해서 언제나 숙고할 의무를 지니므로 위법성의 인식을 고의와는 별개의 내용으로 보는 책임설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보다 세부적으로는 대법원이 법률의 부지라고 하는 사안은 명백한 법률의 부지인 경우와, 포섭의 착오로 판단될 수 있는 경우, 행정청의 허가 등과 관련되어 일견 법률의 부지로 볼 수 있는 경우, 범의를 부정한 경우로 나누어 그 효과를 달리 판단하여야 한다.
우리 대법원은 법률의 부지를 법률의 착오에서 제외시키고 있으나, 이제는 "법률의 부지도 용서받을 수 있으나, 그 부지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쪽으로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이것이 죄형법정주의와 책임주의의 이념을 구현하는 방법이다. 입법론적으로도 미국 모범형법전의 항변사유를 참고로 하여 '정당한 이유'를 보다 구체화하여 합리성을 기하여 우리 형법 제16조와 절충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서 사인의 견해를 신뢰한 경우도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쪽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대법원은 법률의 부지를 유형화하는 작업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이에 따라 법률의 착오의 정당한 이유 판단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 마련을 위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