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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702-23-8

- 서명: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 편/저자: 가와우치 아리오

- 발행처: 다다서재()

서평
 미술관에 가는 날은... 내가 그런 친구가 되어보는 것도 좋겠다.
서평자
 현은령,한양대학교 응용미술교육과 교수
발행사항
 669 ( 2024-03-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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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거기에 미술관이 있으니까
2장 안마사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공통점
3장 우주의 별조차 저항할 수 없는 것
4장 빌딩과 비행기, 어디도 아닌 풍경
5장 호수로 보이는 들판이란 무엇일까
6장 귀신의 눈에 반짝이는 눈물
7장 황야로 나아가는 사람들
8장 다시 읽지 않을 일기
9장 다들 어디로 갔을까
10장 방구석 오르세 미술관 관람
11장 그저 꿈을 꾸기 위해
12장 하얀 새가 있는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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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유미 씨가 있어서일까? 눈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런 것과 상관없이 누군가를 만나면 세계가 넓어지나 봐. 오늘도 마유미 씨가 있었던 덕분에 작품을 더 폭넓게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해.” - 95쪽 ‘미술관에 간다면 어떤 사람과 같이 가고 싶을까?’ 물론 연인으로 발전하기 전, 설레는 내 마음을 가득 담아줄 이가 최고겠지만, 어쩌면 지루할지도 모를 미술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이가 더 좋은 벗이 될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이 책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는 그냥 ‘표현을 잘하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로 제목을 바꿔도 무방할 것이다. 저자의 미술관 여행 동반자 시라토리씨는 느끼는 바를 말로 표현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사람일 뿐, 눈이 보이지 않아서 특별하게 미술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느끼는 게 있지 않느냐고 자주 듣는데, 그야 보이지 않아서 느끼는 게 있긴 해요. 하지만 보이지 않으니까 느끼는 건, 보이니까 느끼는 것과 나란히 있는 동등한 관계라고 생각해요. 그 두 가지에 무슨 차이가 있냐고 묻고 싶다니까. 보이지 않기 때문에 비로소 보이는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 맹인을 미화하는 게 아닐까 싶어.” - 77쪽 내가 처음 시각 장애인의 미술 감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이버대학에서 ‘미술 감상법’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온라인 시험 후, 수업을 재미있게 잘 듣고 있지만, 시각 장애인이라 시험 문제를 이해할 수 없어 점수가 매우 낮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시험지를 확인해 보니, 대부분 문제에서 ‘다음 그림을 보고~, 다음 그림에서~’ 등과 같이 발문하고 있었다. 수업 시간에는 그나마 그림에 대한 형태와 색, 작가 설명 등을 꼼꼼히 하고 있었지만, 시험에서는 모든 것이 압축적으로 제시되며 생략되어 있었다. 당시 나는 내 수업에 눈이 안 보이는 학생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수업은 시각장애인협회와 협정을 맺는 교육과정이라 시각 장애인이 7명이나 수강하고 있었고, 대부분 전맹 학생이었다. 지금에야 수강생 중에 장애, 외국인, 교환학생 등이 누구인지 잘 통보받는 시스템이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장애 학생들이 대학 교육을 받기는 참 어려웠을 것이다. 더구나 초창기 온라인 수업이니 그 어려움은 더했을 것이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이 어떻게 미술을 감상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 가와우치 아리오처럼 시각 장애인을 만나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이 질문을 그때의 나 역시 똑같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나는 맹학교 현장에서, 대학에 입학한 전맹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만나면서 이러한 질문은 하지 않게 되었다. 미술은 누구에게나 똑같기 때문이다. 작가들이 눈이 보이는 사람과 안 보이는 사람들이 감상할 것을 대비해서 작품을 따로 제작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는 너무나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각 장애인을 위한 미술관 공간에는 특별함이 더해질 필요는 있다. 엄숙함이 강조되는 우리나라 미술관의 전반적 분위기는 시각 장애인의 미술 감상에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시각 장애인에게는 그림을 설명해 주고, 그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감상의 과정에서 중요한데, 어떤 이에게는 그러한 것들이 소음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저시력 시각 장애인들에게는 유달리 어두운 우리나라 미술관 조명이 보행에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또한 안내견의 미술관 입장에 대해서도 아직 이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따라서 입장객에 따라 관람 시간, 규칙, 물리적 환경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 장애인들은 책이나 미디어로 미술을 감상해도 되지 않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전맹 시각 장애인 시라토리씨는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답변해 주고 있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 작품 앞에 서야 비로소 맛볼 수 있는 것이 있다.” - 121~122쪽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시각 장애인을 만나기 전과 후의 삶보다는, 미술을 만나기 전과 후의 삶이 달라졌음을 이야기한다. “미술을 만나서 편해졌어요.” - 390쪽 온 세상이 무슨 연유에서인지 화가 나 있는 요즘. 그냥 우리도 시라토리와 같은 호기심 많고 표현이 풍부한 친구와 함께 미술관에 한번 가보는 것이 어떨까? 혹시 그런 친구가 없다면, 그날은 한 번쯤 내가 그런 친구가 되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