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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04.809-23-1

- 서명: 이주하는 인류 : 인구의 대이동과 그들이 써내려간 역동의 세계사

- 편/저자: 샘 밀러

- 발행처: 미래의창()

서평
 이주민, 역사의 주역들
서평자
 황혜성,한성대학교 크리에이티브 인문학부 명예교수
발행사항
 664 ( 2024-0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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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네안데르탈인, 사피엔스, 비글 호
2장 바빌론, 성경, 아메리카 인디언
3장 페니키아인, 그리스인, 아리아인
4장 추방, 로마인과 반달족
5장 아랍인, 바이킹, 영국인의 조상
6장 제노바, 콜럼버스, 타이노
7장 버지니아, 노예, 메이플라워 호
8장 황인종, 차이나타운, 푸 만추
9장 시오니스트, 난민, 숙모할머니 폴리
10장 자유, 할렘, 무지개 부족
11장 이주 노동자, 미국, 멕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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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주주의를 추구함으로써 과거와의 연속성, 이주의 정상성과 상호 연결성에 대한 인식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 잃어버린 이야기들을 찾아보는 것은 이주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 396쪽 근자에 ‘모든 것은 움직인다’는 명제 아래 인류의 역사, 문화, 사회를 이동과 이주의 틀로 재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글과 이야기들이 활기를 띠고 있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 것, 즉, 정주(定住)가 일반적이고 보편적이라는 시선에서 움직이는 것, 이동하는 것이 보편적이라는 시각으로 전환하는 소위 “모빌리티 전환(mobility turn)”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하였다. 이제 모빌리티가 인간의 또 다른 본성이며,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인간과 세계를 사유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오늘날을 “고도 모빌리티(high mobility) 시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 가운데 중심/주변, 우리/타자, 글로벌/로컬과 같은 이분법적 구분을 극복하려는 시도와 더불어 움직이지 않는 부동의 경계들, 즉 국가, 민족, 영토 중심의 사유가 허물어지거나 도전받고 있다. 샘 밀러의 저서 『이주하는 인류』는 이 같은 지적 변화와 학계의 동향을 잘 반영한다. 트로이 출신의 아이네이아스의 이주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알렉산더 대왕,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포카혼타스, 아프리카 노예들, 그리고 현대 아시아 이민자들과 히스패닉 이주민 노동자들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인류의 역사를 이주의 관점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개인적 경험뿐만 아니라 길가메시* 서사시와 성경부터 고대와 현대의 문학작품들을 수려하게 인용하며 이 장대한 이주 역사의 긴 여정을 인도한다. 런던에서 태어나 자랐으나 성인이 된 후 인도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낸 저자는 본인 스스로가 이주민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래서인지 매 장의 ‘저자 노트’라는 부록을 통해 본인의 혈통을 추적한 경험 등 개인의 경험을 서술하여 이 책을 저술하면서 자신의 문제의식이 형성된 배경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두 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즉 “이주를 인류 역사의 중심으로 복귀시키고 이주민들에 대한 현대적 논의를 재설정 할 수 있게 돕는 것”과 “인간은 본래 정주성을 추구한다는 현대적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방대한 자료와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가 “정주주의의 압제”와 “이주 기억상실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통찰을 제공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국가, 국경, 여권, 민족 등의 정주성을 바탕으로 이주민을 ‘타자’로 규정하며 배척하고 차별하고 낙인찍는 문제에 대해 숙고해 볼 것을 요청한다. 특히 후반부에서는 20세기에 접어들어 여권(旅券)이 불평등의 상징이 되고, 정주주의를 정상적이라고 받아들이는 다양한 형태의 신화들이 만들어지고, 백인우월주의, 인종주의, 민족주의가 이주민을 타자화하는 기제로 작동하는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이주민의 인간성을 부인하는 현대의 인종차별적인 이주 논쟁을 비판하며 우리는 모두 이주민과 이주민 후손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21세기에는 그야말로 자발적인, 그리고 비자발적인 이주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반세기 동안 이주는 인류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부유한 나라들은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이민자를 필요로 하며, 기후변화로 이주가 극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제 증가하는 이주민과의 마주침은 필연적이며 그들이 형성하는 공동체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인지를 고심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이주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가 요구된다. 즉 ‘더불어 행복하기’ 위해서는 ‘이주하는 인간’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주자를 수동적인 타자나 열등한 존재가 아니라 일상과 문화를 변화시키는 역동적 주인공으로서 ‘적극적 행위자’로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만 갈등과 편견을 극복하고 ‘소통의 공동체’를 수립할 수 있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이주와 이주민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그 실마리를 제공한다. *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 수메르의 도시 우루크 제1왕조를 다스렸다고 전해지는 전설적인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