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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영상의 시대이다. 영상 시대의 특징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다중유통방식인 OSMU(One source multi use)는 이런 미디어 융합 현상의 한 예이다. 소설을 각색한 영화가 계속하여 제작되는 것은 그 구체적 예의 하나이다.
소설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영상서사에 대한 국문학계의 연구사는 크게 세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세대는 소설과 영상서사의 상호텍스트성(Intertexturality)에 초점을 맞추었고, 2세대는 문자매체와 영상매체의 미학성에 초점을 맞추었고, 3세대는 상호매체성(Intermediality)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1990년대 이래 지금에 이르기까지 약 20년에 걸쳐 이루어져 온 연구의 결과 이제 국문학계는 소설과 그것을 바탕으로한 영상서사에 대한 넓고 깊은 이해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 연구는 영화 시나리오에 갇혀 문자와 영상의 결합으로서의 영상서사에 대한 연구에까지는 나아가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소설보다 영상서사는 수용자와 만나는 과정이 텍스트 외적인 즉,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들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이 점을 고려하여 본고에서는 국가적 통제와 규제에서 벗어나 상당한 수준에서의 자율성을 확보했던 2000년대의 작품을 그 대상으로 한다. 또한 소설과 영상서사의 변별점을 규명하기 위해 문자매체와 영상매체의 특성이 두드러진 텍스트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소설의 문자매체는 추상적 관념의 진술이 가능한 데 반해, 영상서사의 영상매체는 추상적 관념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이미지(Image), 사운드(Sound), 편집(Editing) 등이다. 본고에서는 영상서사를 뒷받침하는 이들 세 가지의 기능에 주목하여 집중적으로 살핌으로써 소설과 영상서사의 관계를 해명하고자 한다.
제II장에서는 이청준의 소설『벌레 이야기』와 이를 바탕으로 한 이창동 감독의 『밀양(密陽, Secret sunshine)』을 분석하였다. 이청준의『벌레 이야기』는 아이를 잃은 아내의 내면심리를 관찰하고, 1인칭 관찰자시점인 남편에 의해 전달하는 증언이라는 형식을 띈다. 이는 증언되는 이야기와 증언하고 있는 이야기로 이중적 특성을 지닌다. 표면적으로 관찰자인 나는 아내의 행동과 의식을 대변해주는 중개자 역할에 충실하며, 목격자의 역할에 제한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면적으로 사실에 대한 주관적 의미부여를 통해 증언에 따라 시간이 재편되고, 분석적이며 논평적인 서사로 문자매체의 특성이 뚜렷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창동 감독의『밀양(密陽, Secret sunshine)』의 오프닝은 밀양시 다리건너 20번 「S#1.도로(외부/낮)」위에서 차장 밖으로 프레임화된 청명한 푸른색상과 뭉게구름이 뚜렷이 보이는 '하늘' 과 가을의 강렬한 '햇볕' 이 있다. 청명하고 푸른 색상의 하늘을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시선의 로우앵글(low angle)로 처리하여 프레임에 내부에 하늘을 확장하여 밀양에서의 희망적인 새로운 삶을 기대한다. 이윽고 아이가 유괴되고 사체를 확인하러 가는 시점부터는 차창 밖의 '가을하늘' 의 청명함과 강렬한 '햇볕' 의 강도가 약화되어 있다. 또한 하늘을 덜 로우 앵글(Low Angle)로 하늘을 축소시켜 이전에 희망적인 명쾌함이 소멸되고 있다. 유괴범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용서하고자 면회를 간다 그러나 피해자인 아내가 용서하기 전에 유괴범은 이미 하느님께 모든 죄를 용서받았다 한다. 이에 신애는 하느님으로 상징되는 여러 가지 이미지들과 대립한다. 하느님의 은혜를 베푼다는 은혜약국의 하나님의 실체를 굳게 믿고 그 진리를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김장로라는 새로운 인물을 설정하여 가시적인 대상을 유혹하여 굳이 차창 밖으로 나와 햇볕이 완전 거세된 하늘에 대고 '봐 보여' 하며 노려본다. 인물의 머리위에서 버즈 아이뷰(Bird's eye view)로 신애와 하늘이 수직적 관계가 되면서 극단적 대립을 이미지화 한다. 신애의 집에서 눈물과 웃음을 머금고 천장을 노려보며 '봐 보여' 를 반복하면서 사과를 깎던 과도로 손목을 긋는다. 병원에서 퇴원 후 클로징은「S#121. 신애의 집(외부/낮)」의 지상으로의 땅으로 종결되고 있다. 마당 한쪽 시멘트바닥은 흙과 파란 플라스틱 빨래판 세제 통이 뒹굴고 있고 한켠에 잡초가 있는 그곳을 햇볕이 가느다랗게 비추고 롱 테이크(Long take)로 응시하는 영상서사의 미학의 뚜렷한 특성을 보인다. 열린 결말로 삶이 여기에서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제III장에서는 일차적인 '실미도 사건' 이라는 팩트(Fact)에 픽션(Fiction)을 가미하여 소설화한 백동호의 『실미도1•2』와 이를 바탕으로 한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를 다루었다. 『실미도1•2』는 백동호가 청주교도소에 수감당시 실미도 684부대의 훈련병 출신 강인찬에게 실미도 이야기를 전해들은 내용으로 구성된다. 반면,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에서는 외부서사는 삭제되고 『실미도1•2』의 내부서사만이 차용된다. 그런데 역사적 사건만 차용했을 뿐이다. 이야기의 전개과정에는 허구성이 넓고 깊게 개입함으로써 팩트(Fact)가 약화되고 있다. 또한 실미도 684부대 훈련병들의 출신성분과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변형시키고 이 위에 사운드를 겹쳐 라이트모티브(Leitmoriv)화한다. 사운드를 입히는 방법은 프레임 내부에서 발생되는 디제시스적 사운드(Diegetic Sound)인 인물의 행동에서 발생되는 음량은 실제로는 미비하다. 그런 연유로 물리적으로 非디제시스적인 사운드(Non-Diegetic Sound)로 행동과 배경음악을 일치시키는 미키마우징(Mickey Mousing)의 사운드를 입히고, 또 그 위에 오케스트라 곡을 결합시켜 서사전개 내내 사운드와 공존하는 특성을 보인다.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는 인물의 출신성분을 조정하고 최준현 준위를 입체적 인물로 변용하고 그 위에 라이트모티브(Leitmotiv)의 사운드가 더해져 생성된 서사적 미학은 국가라는 절대 권력은 목숨을 담보로 개인들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일련의 규칙성을 보인다. 훈련병 강인찬이라는 인물을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버지로 인해 연좌제에 사형수로 설정하고 북파작전명령을 수행하면 목숨만은 보장한다고 했으며, 최재현 준위에게는 훈련병을 사살하는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기간병 모두를 포함해 실미도 684부대 전체를 제거하겠다고 목숨을 담보로 거래를 한다. 또한 박 중사를 포함한 기간병들은 동고동락한 훈련병들을 사살하지 않으면 기간병이 사살 당하게 되는 상황으로 몰아감으로써 국가라는 절대 권력의 비열함과 폭력성은 극적으로 더욱 강화되고 그 속에서 무력하게 희생되는 훈련병들과 기간병들의 비극적 운명이 뚜렷이 부각된다.
제IV장에서는 황석영의『오래된 정원』과 이를 바탕으로 한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을 다루었다. 황석영의『오래된 정원』은 후일담 형식으로 윤희의 1990년대에서 보내온 편지라는 매개를 통해 현우와 윤희가 같은 시간대에 공간을 달리하며 각자의 체험을 나열하는 교차서술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에서는 교차편집(Cross-cutting)을 통해 영상화된다. 1980년에 머무르고 있던 현우는 윤희의 1990년의 기록을 통해 국내의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의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과 그리고 동서독의 통일과 사회주의권의 몰락을 체험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후일담소설이 운동에 투신했던 인물이 과거를 동경하는 형태의 주관적 시점에 의한 서술에서 벗어나,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회에 대한 관조적 시선을 얻기 위해 한윤희라는 인물을 설정하고 국내와 민주운동과 노동운동의 목격자 역할을 하게 하고, 국외에서는 베를린 유학이라는 공간을 확장시켜 지속적인 대화의 구조를 선택한 것이다. 즉, 현우와 윤희가 동일한 시간대이지만 세상 안에 갇혀있는 자와 세상 밖의 열려있는 자의 관계는 대화를 매개로 상호 소통의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서술의 주도권이 정지된 시간을 체감하는 세상 안 현우의 시선보다는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직접 목격하는 윤희의 시선에 의해 더 적극적으로 표출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1980년대의 현우의 개인적 삶과 1990년대 윤희의 시선으로 목격된 역사가 연속선상에서 통시적으로 꿰어지게 된다. 이로써 그들의 다성성이 공존하는 서사를 이루어내며, 불연속적 서사일 것만 같은 시간은 과거-현재-미래라는 연속적 역사 속으로 묶이게 되는 것이다. 윤희 아버지의 1970년대의 삶과 1980년대의 현우의 삶을 1990년대의 윤희의 삶을 모두 현재의 은결이의 삶과 맞닿아 있음을 역설하고 앞으로는 은결이 이끌어안고 갈 몫이 되는 것이다. 그 시대를 아무리 "혁명은 짧지만 인생은 길다" 라며 "당신은 언제나 내게 흔적으로 존재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내 삶의 전부였다." 라고 말한다. 이것은 "단순한 사랑 고백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하나의 태도가 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소설과 영상서사의 매체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상호매체성(Intermediality)에 주목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소설과 이를 바탕으로 한 영상서사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계속해 나가고자 한다.
원문구축 및 2018년 이후 자료는 524호에서 직접 열람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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