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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국문요약 6
I. 서론 9
1. 문제제기와 연구목적 9
2. 연구사 검토 13
3. 연구방법 17
II. 벗어남으로서의 독서의 두 양태 : 고문과 몽상 27
1. 고문당하는 독자와 분열을 통한 정신적 초월 27
1.1. 무용성의 문학과 억압된 욕망 28
1.2. 무용성의 문학론의 성립 조건 : 독자의 태도 변경 35
1.3. 고문의 독서와 결여로서의 개인되기 40
2. 몽상하는 독자와 분열의 통일로서의 '있어야 할 것'의 이미지 51
2.1. 어머니의 목소리 '속에서'와 분열의 화해 51
2.2. 상실의 자발적 수락과 회귀 욕망의 이중성 57
2.3. '있어야 할 것'에 대한 욕망과 시의 독자로 남기 67
III. 벗어남의 내적 장애물 : '욕망'의 심연 85
1. 삶 속의 결여 : 문학과 욕망 85
2. 있는 것과 있어야 할 것 사이의 간극 92
2.1. 있는 것의 고통과 있어야 할 것의 부재 92
2.2. 부끄러움과 분열된 주체의 자기 파괴 욕망 98
3. 폭력과 제어불능의 힘으로서의 욕망의 심연 101
3.1. 죽음충동으로서의 '욕망의 욕망'이 나타나는 두 양태 101
3.2. 폭력의 뿌리로서의 욕망과 윤리적 태도의 예정된 실패 109
3.3. 좌절된 욕망의 파괴성과 욕망의 흔적으로서의 개인 130
IV. 결여의 존재론과 비평 주체의 전략 137
1. 보편성과 결여 사이에서의 진동운동 137
2. 요청과 부정의 대상으로서의 '있는 없음'의 유토피아 142
3. '사유의 사유'의 존재론과 비평 주체의 전략 147
V. 결론 152
참고문헌 156
Abstract 162
초록보기 더보기
이 글은 1970년대 말 나온 '시의 독자로 남기'라는 비평가로서의 자의식 표출이 김현의 문학적 사유와 비평의 핵심을 담고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하고 있다. 김현에게 독서는 억압으로부터의 '벗어남'을 뜻하는데 이 글은 김현 비평에서 '벗어남'의 체험으로서의 독서의 구체적 양태와 그것이 내적 모순에 직면하는 과정을 탐색함으로써 '시의 독자로 남기'라는 김현의 비평적 전략과 그것의 변모 과정이 지니는 의미의 규명을 목적으로 하였다.
김현 비평에서 억압으로부터의 '벗어남'이라는 의미의 독서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의식작용은 '고문'과 '몽상'이다. 고문이 고통과, 몽상이 즐거움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양자 사이에는 특별한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김현에게는 고문과 몽상이 모두 억압된 욕망으로부터 초월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양자는 벗어남으로서의 독서에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된다. 80년대 이전 김현 비평이 이러한 두 이질적 계기를 통한 해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그 이후의 비평은 벗어남으로서의 독서가 욕망의 심연이라는 내적 장애물에 의해 위기에 직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현에게 독서의 체험은 '고문당하는 독자' 되기와 마찬가지이다. 김현에게 문학적 체험이란 쾌락과 반성이라는 두 이질적 영역의 종합인데 이때 반성이란 억압하지 않는 문학을 통해 억압에 대해 생각해보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런데 문학의 비(非)억압성은 문학의 내재적 속성이 아니라 문학을 쾌락과 재미의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으려는 독자의 태도 변경으로 인해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러한 태도 변경은 독자의 내부에 문학에서 '재미를 추구하지 마라'와 같은 초자아적 목소리를 낳고 독자는 그런 목소리를 들으며 고문당하는 나와 그것을 보는 나의 내적 분열을 경험하게 된다. '고통 속의 나'는 내용의 수준에서는 수동적인 상태이지만 그런 환상을 구축하는 행위는 주체의 능동성이 발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정신적 고문을 통한 벗어남은 수동적 나와의 거리를 통해 존재하게 된 능동적 의식이라 할 수 있다. 1970년대의 김현에게 고문으로서의 독서는 의식의 능동성 혹은 '벗어남'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런 '벗어남'은 '갇힌 나'와 그런 '나를 보는 나'의 분열을 전제로 하고 분열로 인해 비로소 '있게 된' 존재가 '자유로운 개인'에 해당한다. 즉 김현이 정립하고자 한 '개인'이란 어떤 해방의 상태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독서를 통해 자신이 결여의 존재임을 인식함을 통해 '있게 된' 존재라 할 수 있다.
벗어남으로서의 독서의 또 하나의 양태는 '몽상하는 독자' 되기이다. 몽상은 억압된 욕망의 부정성을 지우고 억압 없는 사회라는 꿈을 키우게 한다는 점에서 '벗어남'의 중요 계기로 강조된다. 김현에게 억압 없는 사회의 원형은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이다. 김현이 기억하는 어머니의 목소리 '속에서'는 고통/쾌락, 법/욕망의 대립이 화해의 상태로 존재한다. 김현은 문학적 이미지를 통한 몽상이 억압의 부정성을 제거하고 현대 사회의 소외와 사물화 현상을 극복하는 기제로 작용하게 됨을 강조한다. 그러나 언어로 구축되는 유토피아적 이미지에 대한 의미부여는 그것이 개념화될 경우 또 다른 억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있어야 할 것'으로서의 아름다움은 '있지 않'은 것의 형태로만 '있어야 할 것'이 된다는 점에서 있어야 할 것으로서의 문학적 이미지는 요청되는 동시에 부정되어야 한다. 문학적 이미지가 주는 아름다움은 초월의 계기가 될 수 있으나 미적 가상을 통한 초월은 도피나 퇴행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개인의 삶의 뿌리로서의 욕망을 버릴 수도 없다. 아름다움은 외적 현실에 의존하거나 그것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욕망이 그것을 존재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김현이 택한 비평적 전략이 '시의 독자로 남고 싶다'는 의지·욕망의 표명이다. '~이고 싶다'와 같은 비평 담론은 '욕망의 감염'을 통해 자연스럽게 비평을 읽는 독자의 욕망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시의 독자로 남아 있으려는 태도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통해 세계는 아름다워야 한다는 믿음·의지를 키우려는 욕망의 표출이자 언어화의 요구와 억압적 개념화의 거부 사이에서 김현이 택한 하나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고문을 통해 주체의 의식을 온갖 종류의 정념·욕망에서 벗어난 결여의 상태로 '있'게 만드는 형식과 함께 1970년대 벗어남으로서의 독서의 한 축을 이루게 된다.
고문과 몽상을 통한 억압적 사회로부터의 초월 혹은 해방의 계기로 간주되던 독서와 비평적 글쓰기는 1980년 이후 심각한 내·외적 도전에 직면해 근본적 수정을 요구받는다. 80년 이후 김현 비평은 '떠돌이의 자유'로 표현되던 벗어남이라는 문학적 체험이 욕망의 모순적 특성으로 인해 심각한 내적 균열에 이르고 그로 인해 자유로운 개인이 '흔적'으로서의 불쌍한 개인으로 전락하는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1980년 광주에서의 폭력과 고통에 어떻게 문학적으로 대응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앞에 두고 역동적 상상력, 현실주의자의 태도, 고난의 시학과 비극적 세계관 등이 주요 문학적 탐구 대상으로 제기되는데 80년대 이후 김현 사유는 억압과 고통의 뿌리로서의 욕망 분석으로 집중된다. 욕망에 대한 이론적 탐구는 억압적 권력, 종교, 고통의 뿌리가 욕망이라는 사실을 자각함으로써 그 부정성을 제거하려는 목표 하에 진행되나 욕망이 초월세계뿐만 아니라 동시에 폭력의 진원지라는 사실과의 대면은 욕망에 근거한 김현의 문학적 기획을 그 뿌리에서부터 뒤흔들게 된다. 사회 밖에서 부유하는 '떠돌이의 자유'는 더 이상 성립할 수 없다. '억압된 욕망에서 벗어난 것이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초월적 자유의 선언은 유보된다. 김현이 말하는 '개인성'은 '있음'의 형식으로도 '있어야 할 것'의 형식으로도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쌍한 흔적일 뿐이다.
김현 비평은 언어에 의한 규정 불가능성과 상실된 대상의 배제에 의한 일관적 질서 사이에서 끊임없이 서성거린다. 억압 없는 사회 만들기는 현실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불가능하지만 그것에 대한 꿈이 있을 때 '벗어남'의 운동이 가능해지지고 '있'는 사회를 부정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억압 없는 사회가 하나의 '있는 없음'으로서의 꿈이 아니라, 일정한 개념으로 번역되고 개념화된 것만이 진리라는 사고에 집착하게 되면 부정성의 움직임으로서의 비평은 그 유효성을 상실하게 된다. 김현에게 비평이라는 언어활동은 있어야 할 것과 있는 것 '사이', 꿈과 현실의 낙차를 통해서만 탄생하고 낙차 사이의 움직임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억압 없는 사회에 대한 논리적 규정이나 판단은 언제나 유보되지만 판단의 유보는 또 다른 언어를 부르지 않을 수 없고 새로운 언어는 다시 반성적 사유의 대상이 된다.
억압된 욕망으로부터의 벗어남이라는 화두를 놓고 진행된 비평의 여정 마지막에 김현이 맞이한 것은 이와 같은 욕망의 심연이다. 제어 불가능한 힘의 진원지로서의 심연은 의지하지 않는 것을 의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부정할 수도, 제거할 수도 없는 인간 존재의 깊은 상처이다. 오직 충족 자체만을 목표로 하는 공허한 힘은 아름다움의 뿌리이자 무자비한 사회적 폭력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알 수 없는 심연과의 대면에서 김현이 보여준 마지막 모습은 '사유의 사유'의 존재론으로 일컬어지는, 중단을 거부하는 글쓰기이다. 그는 삶의 내부에 존재하는 결핍, 제어 불가능한 충동을 결핍 자체로 수락하고 그것의 언어화를 자신의 마지막 과업으로 설정한다. 김현이 평생의 과업으로 삼은 무질서의 '언어화'는 그의 생 마지막에 와서는 역설적으로 무질서와의 대면이라는 형태를 띠게 되는 것이다. 결핍의 언어화는 실패를 예정하고 있고 어떠한 미래의 질서나 조화도 보장받지 못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이것은 있어야 할 것의 부재와 있는 현실의 간극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것은 존재 내부의 심연을 은폐하지 않고 동시에 그것의 파괴성을 외면하지도 않으면서 반성의 형식을 유지할 수 있는 하나의 대응 전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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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구축 및 2018년 이후 자료는 524호에서 직접 열람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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