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유역은 남부전선의 최후방이자 고구려 멸망기까지 고구려의 內地로 남은 곳이다. 이에 남부전선 내 다른 지역과차이가 크며, 오히려 서부전선과 유사한 양상이 확인된다. 이는 해당 지역에 대한 지방통치를 비롯해 인적·물적 자원 확보, 병력 운용과 영토 방어 등에 있어서 유리하게 작용하였기에 고구려는 임진강유역을 안정적으로 점유하고자 노력하였다.
현재 임진강 유역에는 하천을 따라 20개소에 달하는 관방 유적이분포하는데, 이를 통해 고구려와 신라 사이에 성곽과 보루가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현대 국경과 유사한 ‘線’ 형태의 국경이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중 호로고루는 지안 국내성 및 평양 대성산성과 축조기법·구조 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고, 기와가 가장 많이 출토된 곳으로서 이를 통해 군사·정치적으로 해당 지역의 重鎭으로 기능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특히 지형상 渡河에 제한적인 임진강에있어 하류 쪽으로부터 최초의 여울목이라고 할 수 있는 호로탄을監制할 수 있기에 호로고루의 지정학적 위상은 임진강 유역에서 단연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정적으로 확보된 교통로를 통해 남하한 고구려군은 이내 한반도 중부 이남 각지에서 활발한 군사 작전을 벌이게 되었는데, 그시발점이 바로 호로탄 일대를 감제하는 호로고루라고 해도 과언이아닐 것이다. 고구려 멸망기까지 호로고루의 위상은 단순히 임진강유역의 성 1개소에 국한되었다기보다는 고구려 남쪽 국경의 關門, 고구려의 주요 교통로로서 고구려군의 威力이 강하게 작용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