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가 많은 성취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소외・억압・차별화는 더 심화되고 있는 요즘 그 대안찾기가 한창이다. 역사가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면, 역사적 경험을 성찰해 현재의 대안을 찾을 수도 있다. 동학의 실천강령으로서 “있는 자와 없는 자가 서로 돕는다”라는 유무상자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영역으로 확장해 갈 수 있다.
유무상자적 실천은 중국의 대동사회 건설을 위한 노력과 다르지 않다. 이점은 19세기 후반에 일어난 중국의 태평천국운동과 그 이후의 이상사회 지향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비슷한 시기 한국과 중국에서 일어난 두 운동은 전통과 근대를 아우르는 시간적 횡단성을, 한국과 중국이라는 지역을 아우르는 공간적 횡단성을 가지고 있다.
시・공간적 횡단성은 동아시아 근대사상의 보편성을 의미한다. 유무상자와 대동에는 전통과 근대, 중국과 한국을 가로지르거나 아우르는 가치와 지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특수하면서도 공통적인 것이 곧 보편적인 것으로,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간 해방의 추구, 근대 주체로서 대중의 발견, 평등주의에 입각한 이상사회 지향 등이다.
지역을 횡단하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것은 한중 상호연대나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게 해준다는 데에 그 유용성이 크다. 적극적으로 말해 보편성을 갖는 대안적 근대성으로 공감하고 사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21세기 지금-여기에서 ‘유무상자’를 미래지향적 실천강령으로 제시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