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예사로 여기는 고사서(古史書)인 『규원사화』에서 한국의 상고사뿐만 아니라, 초기의 농경문화, 유교와 불교에 앞서는 시원적인 선도사상을 엿볼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홍익인간 재세이화”의 구체적 실현을 비롯해 도가(道家)사상과도 유사한 무위자연(無爲自然)과 무위이치(無爲而治) 및 덕치, 능동적인 문명창조, 기철학, 음양학, 신시(神市)와 같은 이상국가의 실현문제 등에 관한 정신적 유산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측면을 고려할 때 『규원사화』가 우리 학계에서 평가절하 되어온 것임을 직시할 수 있다. 본 소고(小考)는 우선 『규원사화』의 행간에 들어있는 선도사상에 관해 성찰하고, 이어서 『규원사화』에 언급된 신‧자유‧불멸의 문제를 “형이상학의 근본과제”로 삼은 철학사를 통해 이 주제가 철학의 긴요하고 근본적인 문제임을 성찰한다. 물론 필자는 『규원사화』의 신‧자유‧불멸의 테마를 칸트의 것과 비교하려는 것이 아니라(규모면에서 또한 체계의 측면에서 북애가 다룬 상고의 시대에 이런 철학은 빈약할 따름이다), 이 테마가 “형이상학의 근본과제”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근본과제임을 드러내고자 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