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에서 디지털 기기는 마치 신체의 일부와 같이 중요해졌다. 디지털 기기를이용한 성범죄 역시 증가하는 추세에 있어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문제는 연일 법정에서 치열한 쟁점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본 논문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실무가의 입장에서 수사 중 별건의 성범죄와 관련된 촬영물이 우연히 발견된 경우 증거의 인멸과 2차 피해의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압수·수색의 방안에 대하여 고민해 본 결과이다.
대법원은 별건 촬영물 증거에 대하여 애초 압수 범죄사실과의 ‘관련성’, 즉 기존 압수 범죄사실에 관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에 해당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 연관관계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별도의 새로운 압수·수색 절차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여야 한다는 기본적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에는 묵과할 수 없는 피해의 중대성에 대한 고려에서 차츰 그 관련성의 범위를 유연하게 확장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판례가 제시하는 기준에 의하더라도 관련성이 부정되는 경우를 하급심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편, ‘관련성’의 개념 또는 그 범위와 한계를 수사초기 또는 증거 발견 즉시 명확히 확정 짓는 것은 수사 현실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결국 수사기관으로서는 향후 법정에서 중요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하여 증거를 발견하는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판례가 제시하는 원칙에 따라 즉시 압수·수색 절차를 중단하고 추가 혐의사실에 대하여 소명자료를 갖추어 사전 압수영장을 발부받은 다음 해당 증거를 확보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편, 디지털 정보의 전파성과 휘발성을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영역에서는 사전 압수영장을 집행하기까지 발생하는 시간적 공백으로 인하여 증거인멸, 2차 가해, 동종 범죄에의 이용 위험이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국이나 독일의경우 일명 ‘플레인 뷰 원칙’, ‘긴급한 상황의 예외’, ‘우연한 발견물의 가압수’등의 법리를 통해 우연히 발견된 별건 증거물에 대하여 영장 없는 압수를 인정하고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위와 같은 법리는 현재 우리 법에는 도입되어 있지 않으므로 실무상 외국의 예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본 논문에서는 우리 형사소송법이 인정하고 있는 틀 안에서 영장 없는 압수․수색 방안으로 범죄장소에서의 긴급압수·수색제도의 활용을 모색해 보았다. 촬영물 발견 즉시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물소지등)죄 또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물소지등)죄의 구성요건이 소명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과 피압수자인 피의자가 해당 디지털 정보를 사실상 보관·관리하고 있으므로이를 법률적 개념인 ‘소지’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였다.
수초, 수분 사이에도 무한정 범위로 반복·확산이 가능하고 증거인멸이 매우 용이한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해 보면, 신속한 디지털 증거를 적시에 확보하는 것과 추가 범행을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은 부인할 수 없다.
디지털 성범죄 사건 수사 중 우연히 발견되는 별건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불법 촬영물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상 ‘범죄장소에서의 긴급압수·수색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신속한 증거확보와 피해자 보호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