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복은 인간의 평범한 인지 능력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지식을 얻기 위하여 고안한 장치이다. 점복은 신들의 메시지를 수신하는 미디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러한 신들의 메시지는 물질을 통해서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난다. 상대 갑골 점복에서 복조는 이러한 신들의 메시지가 물질화된 결과물이다. 상대 갑골 자료에는 수많은 유형의 복조가 확인된다. 본고는 상대 당시에 이러한 복조를 해독하기 위한 지식과 방법이 전문가 집단에서 공유되고 있었다고 추론하였다. 그러나 현존하는 갑골 자료에는 이러한 지식과 방법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없다. 상대 이후 선진 및 진한 시기 전승 문헌과 죽간은 이러한 지식과 방법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간접적 자료이다. 이 자료들은 복조 해독을 위한 매뉴얼이 상대 이후 꾸준히 전승되고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본고는 이러한 증거를 상대에 소급 적용함으로써 상대 갑골 점복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