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청대 초기 절서사파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李良年의 사 작품을 분석한 것으로, 생계 유지와 공명의 실현을 목표로 타향을 떠돌아다니던 그의 客으로서의 정서 표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절서사파는 초기 6인의 절서사인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는데, 李良年을 포함한 이들 중 상당수는 같은 지역 출신이었을 뿐만 아니라, 幕府를 떠돌며 관리를 보좌하는 遊幕 생활을 하였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의 경험과 다양한 문인들과의 교유는 그들의 문학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李良年은 왕조교체기라는 특수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遊幕 생활을 경험하고 관직을 구하기 위해 수 차례 상경하고 좌절하는 과정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스스로를 ‘客’으로 규정하고 그 비애를 사의 창작을 통해 토로하였다. 이때 그는 망국민으로서 자신을 인식하면서도 유민에서 벗어나 공명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를 드러내며, 자신을 '객'으로 살게 만든 공명의 추구와 속세에서 벗어나 은거하고자 하는 열망 속에서 갈등하다 결국 둘 모두 이루지 못하는 좌절감을 드러낸다. 또한 동일한 처지에 놓인 다른 문인들과 공감하면서 일시적으로 비애를 해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애의 감정은 직접적이고 격렬하게 표출되기보다는 은밀하며 함축적으로 드러나는데, 그에 따라 직접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말하기보다는 특정한 분위기를 형성하거나 감정을 은밀하게 드러낼 수 있는 감각 이미지를 나열하고, 사물이나 그림에 대해 노래하며 그것의 감정을 ‘대신 이야기'함으로써 작자의 감정을 이입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간접적으로 비애를 표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