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정이천(程伊川)의 역전(易傳)을 중심으로 주역의 64괘 384효의 내용을 정치적 시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이다. 주역의 64괘는 인간사의 흥망성쇠를 말하는 것이며 이러한 흥망성쇠의 변화 속에서 인간은 진퇴를 거듭하며 행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이천은 주역의 64괘를 모두 정치적 상황과 권력 관계가 드러나는 상징으로 해석하였다. 그래서 본 논문은 주역의 64괘에 나타난 사회 정치적 이야기를 천하에 도가 있는 세상, 즉 질서가 잡힌 세상으로서 치세(治世)와 천하에 도가 없는 세상, 즉 질서가 없는 혼란한 세상으로서 난세(亂世)로 구별하고 그 가운데 먼저 난세에 해당하는 괘들을 분류하고 이 난세에 대처하는 사대부들의 행위 방식을 일반화해보았다. 이렇게 여러 괘와 효들에 나온 사대부들의 행위 방식을 일반화시켜서 논의하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단순화시킬 수도 있지만 난세의 행위 방식의 특성을 유형화하고 주역이 사회 정치적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데에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주역은 난세에 자신의 절도를 지키는 것(守節)과 마음의 안정(安靜)을 이루는 것을 말하고 있다. 마음의 안정을 이루는 것은 주어진 운명을 이해하고 운명의 당연함을 받아들여 자신의 의리(義理)를 실행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이 마음의 안정은 난세에서 사대부들의 중요한 행동 패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