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선행연구에서 주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일본 헤이안(平安) 후기∼중세 초 문학작품, 특히 역사 모노가타리(歴史物語)와 군기모노가타리(軍記物語)에 등장하는 무녀(巫女)를 대상으로 이들 작품에서 무녀가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 그 양상을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헤이안 전․중기 문학작품에서 무녀의 용례는 매우 적고 단편적으로 언급되어 졌으며 그나마 부정적인 이미지가 대부분이었던 데 비해, 헤이안 후기∼중세 초 모노가타리 작품에 나타난 무녀는 정치와 관련된 예언자, 기도, 신탁을 행하는 존재로서 그려지고 있었으며 혹은 사악한 주술자의 모습도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어 전시대에 비해 그 비중, 기술태도에 확연히 변화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었다.
더욱이 이 시기에는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무녀의 호칭, 용어도 다양해졌는데, ‘간나기(かんなぎ)’, ‘구치요세(くちよせ)’, ‘미코(みこ)’ 등과 같이 가나(仮名)의 호칭과 더불어, ‘巫’, ‘巫女’, ‘神子’, ‘御子’와 같은 한자어도 등장한다. 특히 「미코(神子, 御子)」라는 호칭은 상대문학에 존재했지만, 헤이안 전․중기 문학에서는 사라진 용어로서 신의 자손, 신의(神意)의 전달자라는 이 용어의 이미지는 당시 무녀의 위상 변화와 연동되는 현상으로 주목된다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학에서의 무녀상의 변화는 중세의 신불습합(神仏習合), 헤이케(平家)와 결탁한 나이시(内侍)라는 무녀의 존재와 같이 당시 시대배경과도 깊이 연관된 것으로서, 또한 이는 문학사의 흐름상 왕조 모노가타리에서 역사 모노가타리, 군기 모노타가리로의 이행이라고 하는 주된 문학장르의 변동, 문학의 담당자의 변화와도 연동되는 문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