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980년대 중후반 한국의 교육운동과 맞물려 창작된 극들을 통시적으로 조명함으로써 변혁기의 문화적 형식과 이 시기 떠오른 교육에 대한 질문을 추적하고자 했다. 1980년대 중반 경쟁식 교육환경 속에서 연달아 일어났던 학생들의 자살에 관한 깊은 정서적 동요와 진정한 ‘교육’에 대한 교육 현장의 질문들은 한국 사회의 변혁기와 맞물려 1989년 전교조 결성이라는 굴곡점을 만들어냈다.
연이은 학생들의 자살이 사회 문제화 되었을 때, 1980년대 교육민주화운동은 이를 개별 행위자의 문제로 환원하는 것이 아니라 입시 및 경쟁 위주의 교육 및 압축적 근대화를 겪어 내는 한국 사회구조의 문제로 사유하기 시작했다. 교육민주화운동은 반독재 민주화운동과 연계되었지만, 사회구조의 근본적인 모순과 연계된 근대화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시작되었다는 점, 교사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가 연대하고, 각각이 교육현장의 행위자로서의 개별성을 탐색하는 시간을 생성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이 시기 교육운동극은 교사들의 집단 행동과 학생운동에서 파생된 반체제 민중운동의 문화적 기호들에 의해 정치적인 것이자 불온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하지만 교육운동극에서 제기된 ‘정치적인 것’은, 공교육에서 공유해야 할 교과의 내용과 교육의 방법·학교 밖 직업적이고 문화적인 위계·개인의 역량·놀이와 공부의 본질·좋은 사회와 행복한 삶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있어서의 몫과 의견들의 질문과 조율 과정이라는 한국의 근대화 교육에 대한 질문과 모색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