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네의 로만체로 “두 번째 책”인 「애가」는 시집 전체에서 가장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담긴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애가」의 시들에서는 병상에 묶인 시인의 비탄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그러나 시인의 모습이 가장 가감 없이 아로새겨진 듯한 「라차루스」 연작에조차 삼월혁명 이후 시대의 암울한 풍경이 함께 스케치 되어 있다. 하이네는 예레미야, 욥, 라차루스가 뒤섞인 독특한 형상을 내세워 불의한 시대와 불행한 시인의 운명을 탄식한다. 그러나 「애가」에서는 어두운 비탄이 실린 눈물의 강만 흐르지 않는다. 「애가」의 독창성은 개인적, 시대적 비참을 연출하고 표현하는 무겁고도 가벼운, 진지하면서도 익살맞은 독특한 방식에 있다. 「애가」를, 더 나아가 로만체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후기 하이네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의 무게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그가 불행한 개인적, 시대적 운명을, 과거와 현재를 비춰 보이는 아이러니하고 익살스러운 연출 방식에도 주목해야 한다. 「애가」의 시인은 분명 울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어려 있다.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보다 이 눈물 젖은 웃음의 찬란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