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송(宋)나라 사람들이 북큐슈(北九州) 지역으로의 이주 및 정착 과정에서 이루어진 소규모 불교 후원 활동을 관련 유물들을 통해 살펴본 연구이다. 명주(明州)와 하카타(博多) 사이의 사무역이 활발하던 12-13세기에 북큐슈 지역으로 이주한 송인(宋人)들은 두 지역 사이의 상업 거래 활로를 개척한 것은 물론, 문화적으로도 가교를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본 연구는 이들의 불사 중 정치적, 상업적 목적이 뒷받침된 대규모 사찰의 조영(造營) 및 보수 공사가 아닌 개인적 신앙 활동에 가까운 소규모 불사인 경총(經塚)과 석탑 조영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중국에서 온 이주민들이 북큐슈의 물질문화(material culture)에 어떻게 적응해 나갔는지를 보여준다. 일본에서 크게 유행한 경총 조영은 중국에서는 비교적 드문 현상이었지만, 북큐슈에서 출토된 중국인명(中國人名)이 적힌 경통(經筒)은 송인들이 발원자로, 혹은 중국제 경총 매납품(埋納品)을 공급하는 상인으로 활발히 경총 조영에 참여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사츠마탑(薩摩塔)은 송나라 출신의 석공들이 중국 석재인 매원석(梅園石)을 이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공양탑을 제작한 결과이다. 이처럼 송인들이 이주 후 불사(佛事)에서 본국에서 수급한 재료와 물품을 선호, 사용한 데에는 접근 가능성, 익숙함, 제작의 편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이들은 실용적인 물질 활용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더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