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적은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역사의 비가역성에 기초한 세계관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이며 그것이 웹소설이라는 서사 형식과 관련하여 어떤 진화의 징후를 보여주고 있는지를 해명하는 데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주인공 진도준이 역사의 기정사실을 준수하면서 동시에 이용하는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는 복합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다. 그는 글로벌 자본 대 국내 산업구조 및 자산/금융시장 간의 상반되는 측면을 취사선택하여 활용하며, 이 과정에서 1980-2000년대 간 다양한 역사적 경제적 문화적 사건과 복합적으로 연루되게 된다. 진도준은 개인사적 이해관계에 입각한 부분만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려 하며, 이것은 그가 회귀에 의한 전능성에도 불구하고 초월적으로 군림할 수 없도록 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는다. 그는 소설 속 현실적 인물로 활약하게 되며, 이를 통해 역사-현실의 맥락 속에 정위되는 캐릭터가 된다. 한편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역사-현실 및 경제사적 사건 등이 비가역적인 것으로 준용되는 대신 진도준이 개인사적 내지는 사적인 이해관계에 입각한 부분만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경하려 하는 것은 롤플레잉이나 MOBA 게임의 플레이어가 게임의 세계관과 규칙을 준용하면서 최선의 플레이를 전개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 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소설은 디지털 게임의 형식에서 영향을 받은 요소가 많다. 이 점에서 『재벌집 막내아들』은 하위모방 즉 소설적 주인공이 역사-현실을 허구의 세계관/규칙으로 설정한 디지털 게임 속 시나리오에서 활약하는 형식의 서사로 규정될 수 있다. 진도준은 이러한 내용과 형식의 다양한 요소들 간 관계를 조직하고 동시에 다른 형식들과 충돌하는 네트워크의 교차점에 위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재벌집 막내아들』은, IMF 구제금융 사태를 계기로 변화한 축재의 방식을 통합하고 있는 소설의 내용처럼, 기존의 서사적 유산과 새롭게 부상하는 디지털 매체 간 브리콜라주 형식에 입각한 새로운 스타일의 서사 형식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