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영국 제국주의 담론을 고찰하면서 주목해야 할 사실 중 하나는 영연방(the Commonwealth)의 존재일 것이다. 영연방은 과거 영 제국 식민지가 해방 이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현재 56개 독립 국가의 연합체로, 영 제국이 해체되고 영연방으로 전환한 독특한 역사를 보여왔다. 영 제국의 역사와 식민지의 경험이 지금까지 지구상의 많은 부분에서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역사적 연속성(historical continuity)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제국주의, 식민주의, 탈식민화, 후기식민주의 등은 여전히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이고 영국 및 영연방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는 데 주요 담론이다.
하지만, 결국 자국 중심주의를 위해 브렉시트를 단행한 영국이 전 세계 해외 영토로 진출하던 제국의 세계관으로 회귀할 수 있을지 영 제국사를 연구하는 역사가로서 필자는 매우 회의적이며 실제로 영국 학계에서도 분분한 반론이 제기되었다. 더군다나 영연방 국가들이 더 이상 자신들의 소득 없이 영국의 일방적인 외교정책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는 건 당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 연구는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영국은 제국의 역사를 언제부터 또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영 제국의 해체과정과 학계의 연구 동향은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을까? 그리고 영국 사회가 제국의 역사를 마주하고 성찰하는 데 학계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먼저 영 제국의 해체과정에서 나타난 주요 사건들과 역사학계의 제국주의 연구 변화를 시기별로 살펴보고, 영국에서 현재 진행 중인 탈식민 쟁점을 소개하고, 제국주의를 성찰하는 학계의 노력에 관한 순서로 발표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영국 학계는 제국의 정치적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연구 경향을 보이면서, 현대 영국 사회가 제국의 역사를 마주하는 성찰의 방향성을 제시하여, 영연방과 함께하는 ‘제국 이후의 삶(Afterlife of Empire)’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