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동문선』 소재 낙산 관련 시문을 바탕으로 고려시대 낙산 관음 신앙의 다채로운 면모를 조명했다. 특히 낙산 신앙 연구의 중심이 되어 온 『삼국유사』의 「낙산이대성 관음, 정취, 조신」조와 비교하여 『동문선』이 전하는 다양한 관점과 효용성을 부각했다. 예를 들어 『동문선』에도 낙산을 특징짓는 여러 경물이 등장하나, 소나무와 파란 새는 『삼국유사』와 내용상 차이가 있으며, 이는 고려 수월관음도의 동일한 모티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됨을 강조했다. 또한 『동문선』 소재 낙산 관계 시문은 낙산사 관음보살상의 연혁을 재구성하는 데에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특히 이규보의 글을 통해 13세기 전반 상의 훼손과 수리과정을, 김구의 글로 13세기 후반 새롭게 상을 조성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의상이 만든 상’이라는 표현이 『삼국유사』에는 나오나, 『동문선』 소재 시문에는 보이지 않음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동문선』에 수록된 익장의 시 「낙산사」와 이규보의 「관고」, 그리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실린 낙산기를 바탕으로, 일연보다 앞서 활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13세기 전반기의 승려 익장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익장의 기문과 「낙산이대성」을 비교하며 상의 재료와 관음 친견, 쌍죽 등 중요한 차이를 조명했으며, 그의 시가 적힌 무위사 극락보전 후불벽의 관음보살도를 그와 관련해 재해석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