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東文選』의 사리 관련 글을 검토함으로써 고려 사리 신앙 양상을 연구했다. 기존 역사학계에서 고려 사리 신앙의 변화 양상을 밝히면서 『동문선』 자료가 일부 검토 된 바 있다. 그러나 『동문선』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은 연구는 희소하기 때문에 『동문선』이 문집의 성격을 넘어 불교 연구 자료로서 가치를 지녔음을 밝히고, 동시에 고려 시대 사리 신앙 양상의 구체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동문선』의 사리 관련 기록은 총 11명이 작성한 21편의 글이 있다. 이는 사리 신앙을 기준으로 사리의 종류, 사리 확보 방법, 사리의 신이함과 영험, 사리 봉안처로 유형화할 수 있다.
고려에서는 사리를 身舍利와 法舍利로 구분해서 인식했는데, 신사리와 연관된 영험 사례가 다수 전한다. 僧舍利 관련 사례는 『동문선』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반면 법사리와 연관된 신앙 사례는 거의 없었다. 사리 신이와 영험에 대한 믿음은 신분을 막론하고 공유하고 있었고, 그것을 통해 신앙의 결속을 다지는 것뿐만 아니라 종교적 성취의 계기가 된다고 믿었다.
사리 봉안처는 탑, 탑 이외의 공간, 불상 안으로 나뉜다. 탑은 현전하는 경우가 매우 적은데, 『동문선』자료가 그 공백을 보완할 수 있다. 또 탑 이외의 공간에 예경을 위해 사리를 봉안했던 것도 알 수 있다. 불상 안에 사리를 봉안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寶篋印陀羅尼와 연계해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