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한국 신석기시대 중기 사회네트워크의 구조와 특징을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어 살펴 보고, 그 변화의 의미에 대해 논의한 것이다. 신석기시대 중기에는 중서부지역 토기문화가 확산되면서 남한 전 지역에 공통된 문화요소를 공유하는 하나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그렇지만 단일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는 것이 전체 네트워크가 균일한 수준, 동일한 방식의 관계로 구성되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수혈주거지가 확인된 주거유적과 출토 토기의 문양을 기본 단위와 자료로 사회관계망분석(Social Network Analysis/SNA)을 실시하여 이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였다.
그 결과, 중기 전반의 네트워크는 특히 암사동유적을 중심으로 중서부지역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며, 지리적으로 인접한 유적들 역시 문양구성의 유사도 즉, 관계의 정도가 일정 수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유적 사이의 관계 중에는 지리적 거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중서부지역 토기문화의 확산 방식과 관련한 것으로 이해된다. 즉, 주민의 이주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하지만, 영동지역으로의 확산은 원거리 이주의 결과인 반면, 남쪽으로의 확산은 단거리 이주가 점진적으로 누적된 것이다. 특히 단거리 이주는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점유지를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집단 간의 불필요한 경쟁과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영동지역으로의 이주와 정착 이후 새롭게 형성된 주거유적 역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한다.
반면, 중기 후반의 네트워크는 중기 전반과 달리 특정 지역이나 유적으로의 집중은 확인되지 않는 대신중서부, 영동, 호서와 남부 지역이 각각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지역에 따라 특정 문양의 공유 여부 혹은 출현 비율에서 차이가 있음을 의미한다. 영동이나 호서 지역은 중기 전반에 집단의 이동으로 중서부지역 토기문화가 확산된 바 중기 후반에는 정착이 공고해졌을 것이다. 남부지역에서는 전기 단계부터 중서부지역 토기문양 요소가 확인되며, 중기에는 이를 수용한 새로운 토기양식이 출현한다. 따라서 남한 전역으로 중서부지역 토기문화가 확산한 방식과 정착 과정은 달랐지만, 정착 후 각 지역에서는 점차 다른 지역과는 구분되는 특징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상정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