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1년 하버마스가 「정치적 공영역의 새로운 구조변동에 관한 가설과 그에 대한 고찰」에서 선보인 디지털 공영역에 대한 견해를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2021년의 글에서 하버마스는 현대 디지털 공영역의 경험적 현실이 토의민주주의에 기여한다고 보기 어럽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가 보기에 디지털 매체가 주도하는 공영역은 정론지와 같은 편집자적 기능과 저널리즘적 책임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공영역에서 오가는 정보, 지식, 의견들이 공론으로 발전하는 것을 저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토의민주주의에 대한 기여도가 낮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할까? 현대 공영역은 디지털 미디어로 인해 민주주의의 규범성을 훼손시키는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을까? 이 글에서 나는 디지털 미디어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현대 공영역이 과연 민주주의의 규범성을 약화시키는 위기 요인으로 지목될 수 있는지 검토해 보고자 한다.
하버마스가 디지털 공영역에서 지목한 문제적 현상들은 파편화, 양극화, 편집자 기능의 결여, 디지털 통치성 등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디지털 공영역의 참여자들이 성숙한 저자가 되도록 학습 능력을 배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법적 조치가 입헌민주주의의 건강한 지속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명령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공영역에서의 정치적 의사소통이 파편화와 양극화의 원심적 경향으로 인해 탈민주적 정치문화를 초래하고 민주적 통합을 저해한다는 하버마스의 우려는 잠정적 타당성을 보유한다. 그러나 디지털 공영역에 대한 그의 비판적 평가와 대안은 구조적 탐구의 맥락에서 심층적으로 고찰되기 보다는 문화 비평적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서 아쉬움을 남긴다. 나아가 디지털 공영역이 지니고 있는 민주적 제2차 세계대전 이래로 극우 정당들은 주류 정치계에서 퇴출되었고 오랫동안 음지에서 암중모색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극우포퓰리즘은 정치권의 주류로 진입하고 있고, 21세기에는 극우포퓰리스트가 선거에서 승리하는 나라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이 논문은 21세기 극우포퓰리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서양 지성사에 등장하는 개인주의의 변천사를 분석하면서 극우포퓰리즘을 3세대 개인주의와 연결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포퓰리즘과 극우포퓰리즘의 발생과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 그 다음에는 개인주의의 변천사를 3단계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개인화와 극우포퓰리즘이 연결되는 변곡점을 찾아내고자 한다.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게 할 수도 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출현한 권력 관계와 지배 논리 및 통제 구조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디지털 환경 내에서 새롭게 발아하고 있는 공영역의 민주적 잠재력을 이론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