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티르너는 『유일자와 그의 소유』를 통해 궁극적으로 ‘나’의 완전한 개방을 사유한다. ‘개방’을 상상함은 달리 말하자면, ‘폐쇄’ 그 자체 또는 그 극복에 관한 성찰을 의미한다. 실제로 슈티르너는 『유일자와 그의 소유』 에서 19세기까지 인류 역사와 여러 문명들이 특정한 ‘중심’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정체성을 강력하게 통제해 왔음을 통찰한다. 그는 이 중심이 신, 군주, 국가, 인류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며 그에 수반되는 통념 및 가치를 강제했고, 이로써 사람들은 자기자신으로부터 유래하는 존재로 정립될 수 없었다고 보았다. 외부의 ‘중심’들은 ‘나’를 몰각하도록 하는 ‘유령’으로 이를 떨칠 때 비로소 ‘나’는 ‘유일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독특하며, 유의미한 성찰을 보여주긴 하지만, 슈티르너의 사유는 여러 문제점과 한계 또한 지니고 있다. ‘나’를 억압하는 기제에 관해서는 저술 전체에 걸쳐 설득력 있게 상론하고 있지만, 정작 ‘나’에 관해서는, 나아가 그 공존에 관해서는 구체적이며 정치한 논변을 제시하지 않는다. 더욱이 ‘유일한 나’의 이야기 자체가 ‘유령’과 단절된 것이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특히 현대사회의 과잉한 자기중심주의를 고려할 때 그 현재적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티르너의 저술은 풍부한 영감이 넘쳐나며 지성사의 여러 갈래들과 접점을 형성한다. 따라서 다양한 철학적 논구를 촉발시킬 수 있는 훌륭한 단초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슈티르너의 사유가 여러 근현대 철학자들과 비교 연구할 만한 논지들을 풍부하게 담아내고 있을 뿐 아니라, 동양사상과 중첩되는 지점 또한 적잖이 함축하고 있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