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대표작 『전체성과 무한』을 그 심층적 의의와 발전상의 한계 면에서 정리해보려는 시도이다. 레비나스의 용어에서 따온 ‘이편’(en deçà)은 표면 아래의 깊은 차원을, ‘저편’은(au delà)은 자신 너머의 높은 차원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이편’과 ‘저편’이 아래로, 또 위로 넘어서고자 하는 현실은 『전체성과 무한』에서는 다름 아닌 ‘전체성’이다. 레비나스가 비판해 마지않는 ‘존재론’의 영역이고, 동일자의 영역이자 유한의 영역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전체성과 무한』의 2부와 4부가 이 영역을 심층으로부터 이해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 주로 향유, 에로스, 여성성의 문제를 ‘이편’과 관련된 주제로 다룬다. 반면에 타자와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1부와 3부는 ‘환대’의 문제를 거쳐, 타자를 우선시하는 레비나스의 견지를 더욱 철저화하는 데로 나아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고 해석한다. 타자의 약함과 높음을 결합하는 레비나스 사상의 주된 특징은 이와 같은 『전체성과 무한』의 ‘저편’에서 개화한다는 것이 이글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