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몇 연구들이 지적하듯 미국의 건국기 엘리트들은 일찍부터 유럽 열강들에게 주권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과정에서 당대 유럽의 ‘국가들의 법(Law of Nations)’ 논리를 폭넓게 원용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국제법상 주권국으로 인정받으려는 맥락에서 원주민 정치체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수립하느냐가 건국기 미국 정치 지도층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음에 주목하고자 한다. 18세기 말까지 사실 영제국/미국과 원주민 정치체들사이의 관계는 주권국들 사이의 외교 관계 성격을 띄는 경우가 많았는데, 독립 후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원주민들과의 관계는 주권이 없는 종속적 집단과의 관계인 것처럼 격하시키려 노력했고, 이를 통해 미국이 북미 대륙 동부에서 지배권을 확고히 독점한 주권국, 즉 (유럽 주권국들 간의) 국제사회에 편입될 자격이 있는 국가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이는 생각만큼 쉬운 작업, 또는 당연한 역사적 흐름이 아니었다. 미국의 주권국 수립 작업은 궁극적으로 연방헌법 제정을 비롯한 근본적인 체제 변화와 더불어, 국제법과 주권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의 변화를 수반해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미국이 19세기 초에 다듬은 주권 추구의 새로운 방향성은, 인종주의적 문명론에 입각하여 정착민 식민주의를 정당화하고 이를 오히려 영토적 주권의 확고한 근거로 삼으면서, 공격적인 식민팽창을 앞세운 북미 내륙에서의 힘의 논리가 실정법적 국제관계에 반영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