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지식 집단은 특정한 인물을 중심으로 동질성을 지닌 그룹이다. 조선시대 노론 낙론계가 도암(陶菴) 이재(李縡)를 중심으로 어떻게 동질성을 유지하였는지를 그의 편지를 통해 살펴보았다. 이재는 자신들의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해 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전통시대의 편지는 단순한 소식의 전달, 정치적 견해의 전달, 학문적 의견의 제시,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학술 토론의 장 등의 역할을 하였다. 이재의『도암집』에는 256명(미상 5편, 14곳의 서원 원유 포함)에게 보낸 편지 883편이 인물별로 실려 있다.
이재의 편지는 형식과 내용에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먼저 형식적 특징으로 두 가지를 파악하였다. 하나는 주희 편지의 적극적 인용이다. 다른 하나는 별지와 문목의 활용이다. 이재는 주희의 편지를 활용하여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사용였다. 이재는 편지에서 문목(問目)과 별지 형식을 활용해 자신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이재 편지의 내용적 특징은 교육과 출판이다. 이재는 편지를 통해 공부를 강조하였다. 독서의 방법과 대상 목록을 제시하였고, 서원의 강학을 강조하였다. 이재의 편지에는 출판과 서적 유통에 관련된 내용들이 적지 않게 실려 있다. 이를 통해 당대 지식인들이 어떤 책을 보았으며, 이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재의 편지를 통해 조선 후기 지식 집단이 형성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