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굿맨(Nelson Goodman)이 제시한 자필적인 예술(autographic art)과 대필적인 예술(allographic art)의 구분은 그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비판을 받으며, 그 중 하나는 디지털 그림의 존재론적 특징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이 글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보의 의미, 작품 생산의 역사와의 관련성 등의 개념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자필적 예술과 대필적 예술 사이의 구분이 유효하며 예술 작품의 중요한 존재론적 측면을 드러낼 수 있음을 보일 것이다. 필자는 특히 굿맨의 이론을 비판하거나 발전시켜 디지털 그림의 존재론적 성격을 규명하고자 하는 최근의 시도들을 비판적으로 살펴본 후, 자필적인 예술로부터 대필적인 예술을 구분하는 기준으로서 제시되었거나 제시될 수 있는 몇 가지 조건들을 추려볼 것이다. 그것은 1) 위조 가능한가 2) 복제 가능한가, 3) 작품의 동일성이 생산의 역사로부터 독립적인가, 4) 기보적인가의 여부이다. 필자는 이 제안들 각각을 검토해 보고 그 설명력을 평가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자필적 예술과 대필적 예술을 구분할 수 있는 적절한 기준은 무엇이며 그러한 구분이 디지털 그림의 존재론적 특징을 이해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