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독일 금속산업의 단체협약에서 주당 35시간제가 도입되는 노동정치 과정을 분석한다. 1967년에 주 40시간 노동이 시행된 이래 금속노조는 노동시간 단축을 꾸준히 추진했지만 1970년대 말에 실패하고 말았다. 주 35시간제의 돌파구는 1984년에 마련되었다. 금속노조는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두 단계의 투쟁을 거쳤다. 첫 단계는 단체교섭 이전에 조합원의 동의뿐 아니라 사회적 공감을 형성하고자 했다. 두 번째 단계는 교섭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효과적인 파업을 통해 사용자를 압박했다. 그 결과 노동시간 단축과 유연화의 교환을 핵심으로 하는 단체협약이 체결되었다. 노동조합은 40시간 이하로는 단 1분도 단축할 수 없다는 사용자의 금기를 허물고 주당 38.5시간을 쟁취했지만, 사용자는 노동시간 유연화의 초석을 닦았다. 노동시간 단축과 유연화의 교환은 그 이후 노사간 노동시간 정책의 틀로 자리잡았다. 노동시간이 1987년에 37시간, 1990년에 35시간으로 합의되는 과정에서 유연화도 진척되었다. 향후 노동시간 단축은 독일 전역에서 35시간이 정착된 이후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하는 세력은 독일 금속노조가 채택한 전략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