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플랜팅가의 ‘자연주의를 반박하는 진화론적 논증’(EAAN)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데닛의 반론을 정리한 후, 양자의 입장을 비교 검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AAN의 기본 발상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진화론과 자연주의를 전제하면, 진화 과정의 결과로 생겨난 인간의 인지 구조는 자연에 의해 선택된 것이겠다. 그런데 자연에 의해 선택된 인지 기능에서 믿음이 생겨난다면, 설혹 그 기능의 환경 적응은 보장되더라도 그 믿음이 참일 가능성은 전혀 보장되지 못하여, 그 인지 기능의 신뢰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플랜팅가는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인지 기능이 신뢰할 만하지 못하면, 그 기능을 통해 산출된 모든 믿음도 파기자를 가져, 우리가 가진 그 어떤 믿음도 참이라는 보장이 없고, 결국 자연주의 자체도 파기자를 갖게 된다. 이 논변에 데닛은 맞서면서 우리는 진화 과정의 결과로 생겨난 인간의 인지 구조를 얼마든지 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진리란 그저 우리가 인지 구조를 사용하여 최종적으로 믿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진화의 결과물인 인지 기능의 신뢰 가능성을 의문시하는 자는 자연에 대한 자신의 불신을 드러낼 뿐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상반된 두 입장은 양자가 가진 상이한 진리 개념, 그리고 ‘무엇을 기초 전제로 삼는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