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와 레비나스는 실천적 견지에서 상반된 타자론을 제시한다. 사르트르는 타인과의 관계의 근본 형태를 갈등과 소외로 파악하지만, 레비나스는 사랑과 평화로 파악한다. 우리는 먼저 사르트르와 레비나스의 타자론을 각각 ‘권력적인 시선’과 ‘호소하는 얼굴’을 중심으로 고찰할 것이다. 이어서 그들이 실천적 견지에서 대립각을 형성하게 되는 배경을 상이한 인간관에서 찾을 것이다. 자기정립적 의지를 근간으로 하는 사르트르적 인간, 곧 ‘대자’는 타인의 권력적인 시선에서 현상학적으로 결정적인 타자 경험을 발견한다. 반면에 인본주의적 전통을 타자 철학적 견지에서 일신하려는 레비나스에게 인간을 참으로 인간답게 해주는 유일무이한 것, 곧 호소하는 타인의 얼굴이야말로 진정한 타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음으로 이러한 현격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르트르와 레비나스는 타인을 절대적 타자로 파악한다는 이제껏 충분히 주목되지 못한 사실을 환기할 것이다. 특히 그들에게 절대적 타자로서 타인은 (1) 여느 대상과 달리 인식 가능성을 초월하며, (2) 세계의 저편에 위치하고, (3) 주체를 수동적인 처지로 몰아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