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는 비판의 사상가이다. 철학의 전 영역에서 기존의 인간주의 철학을 비판했다. 이 논문에서는 인간주의의 가치관에 대한 비판과 노자의 새로운 가치관 주장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노자는 자신의 새로운 가치체계를 적극 주장했으므로 가치 초월주의자나 허무주의자가 아니다. 인간주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서 인간의 우월성을 주장한다. 인간만이 윤리적 존재이고 가치를 추구한다. 윤리는 인간 자신이 만든 가치체계이다. 더구나 인간중심주의는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긴다. 여기서는 인간과 자연을 독립된 범주로 본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과 대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노자는 인간을 자연의 부분으로 보았다. 사실과 가치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나뉠 수가 없다. 노자는 자연의 성질을 관찰하고, 그로부터 인간이 지켜야 할 삶의 원리를 유추했다. 이것이 노자가 주장하는 새로운 가치체계 즉 도-덕이다. 도-덕은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만물에 모두 적용되는 것이다. 노자는 생명체나 물·공기 등 사물들의 성질에 근거해서 유약하고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덕을 유추했다. 노자는 계곡이나 강·바다 같은 낮은 곳에 물이 모인다는 사물들의 속성에 근거해서 낮은 것이 높은 것을 포용하고 주인이 된다는 덕을 유추했다. 노자는 성공하여 앞서갈 때, 자랑하지 말고 겸손하게 뒤에 머무르라고 한다. 그래야 세상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지도자로 추대된다. 세상 사람들은 한정된 재화와 가치를 차지하기 위해서 갈등하고 다툰다. 가진 자가 소유물을 자랑하면 갈등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다. 사회의 지도자는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아야 한다.
도를 깨달아 무욕과 무위의 덕을 실천하는 인물이 성인이다. 성인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 모두가 무욕과 무위를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공평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된다. 노자는 기존의 가치관을 전복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수립하기 위해서 역설의 논리에 의지했다. 그러므로 노자의 문장 해석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노자의 새로운 가치관에 따른다고 해서 모든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전환기에는 노자의 비판사상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