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용담유사』를 통해 동학의 인(人) 개념을 분석함으로써 1860년대 조선사회에 등장해서 갑오동학혁명으로 확산되었던 인간 관념이 이전 시기와 다른 차이들을 고찰해 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수운 당대의 조선 사회가 한문과 언문이라는 이중언어적 상황, 주자학적 질서의 세계와 일반민의 생활세계가 중첩되어 있었다는 정황에 주목하였다.
조선 말기 한자문화권의 성리학 주류는 극단적 주리론이 감행되면서 고도로 이성주의적 천(天)관⋅인간관이 강화되고 인간의 본능이나 감정을 주목하지 못하는 경향이 드러나고 있었다. 반면 한자와 다른 한글은 그 어원상에서 사람간의 관계성과 감정을 중시하는 심상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정황 속에서 1860년대 수운 최제우에 의해 쓰여진 한글가사체인 『용담유사』를에는 내적으로는 수치, 비탄, 희열, 무력감과 억울감, 불평등에 대한 회한과 슬픔, 감정적 위로와 독려 등 인간이 감정적 존재임을 승인하고, 누구나 하늘과 직접 소통하며 빌고 그 존재를 내면화할 수 있다는 평등의식이 드러나 있었다. 외적으로는 왜적과 몽고침략에 대한 적개심과 국(國)에 대한 염려를 통해 일반 민이 공공적 존재로 전화할 수 있는 관념이 내재해 있었다. 이러한 내외적으로 변화한 존재는 궁극적 존재로서 ‘나’를 상정함으로써 서구적 근대의 ‘개인’이나 중국의 ‘인욕’ 논쟁과도 다른 정체성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