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은 기술 발전과 더불어 부상한 현대사상으로, 현대인을 재정의한다는 점에서 종교와도 연관성을 가지며 종교학계의 논의 역시 시작되었다. 특히 서구에서는 불교가 과학과 양립한다는 인식에서 여러 트랜스휴머니스트들 역시 불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트랜스휴머니즘과 관련된 기술 및 주요 경향, 불교 트랜스휴머니즘 연구를 소개하고, 고려 나옹 혜근(懶翁惠勤, 1320-1376)의 사상을 중심으로 트랜스휴머니즘의 핵심 개념인 ‘향상(enhancement)’과 ‘불멸(immortality)’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트랜스휴머니즘은 인간의 신체적‧심리적 조건이 나아지는 현상을 향상으로 보고, 기술이 인간 사회를 향상할 수 있으며, 그러한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옹은 인간의 모든 조건은 임시적이며 불성과 이에 대한 깨달음은 모두에게 내재해 있기에 조건에 매이지 말 것을 권한다. 또한 트랜스휴머니즘은 기술을 통하여 언젠가 인간의 심신이 멸하지 않는 불멸의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개인을 자기(self)로 보는 서양의 인간관을 바탕으로 한다. 나옹에게 불생불멸은 불성(佛性)의 특성으로 찾거나 구할 필요 없이 모두에게 내재해 있는 것이다. 따라서 트랜스휴머니즘과 나옹의 선 사상은 인간과 세상에 대해 전제와 해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