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화쟁국사로 잘 알려진 통일신라시대 원효의 화쟁론이 불교 교리적 소통과 화회를 목적으로 저술되었다는 관점에 기초하여 수행되었다. 『십문화쟁론』의 잔간 중 화쟁의 형태를 일부나마 유지하고 있는 「공유화쟁문」에 대한 문헌적 고찰과 논리적 분석에 기초하였다.
원효는 부정(否定)을 통한 공(空) 인식을 전제로 언어를 떠난 이언지법(離言之法)인 공(空)과 언어에 의지하는 의언지법(依言之法)의 유(有)가 다르지 않다는 불이공지유(不異空之有)의 개념에 입각하여 사구(四句)가 긍정됨을 논증하였다. 즉 원효는 공 인식을 위해 색(色)과 색업(色業)의 제거라는 부정의 방법을 사용하였으며, 이러한 공과 유가 다르지 않다는 불이(不異)의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화쟁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공과 불이의 인식 기반 하에 사구가 긍정됨을 밝힘으로써 경전과 각종 논서에서 상용적으로 쓰이던 종래의 사구 부정을 한 단계 발전시킨 성과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불교의 전통사상을 재해석하여 발전시킨 점에서 독창적이고 우수한 면이 있고, 이러한 사상적 전개는 비단 불교이론의 테두리 내에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철학 일반이론으로까지 확장성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공, 불이, 사구긍정은 불교의 핵심사상이자 철학적 일반화가 큰 주제로 향후 이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서양 철학과의 연계점을 찾아 이를 종합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