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근대잡지의 역사지리 기사 136개에서 추출한 3,308개 명승지를 지방별과 유형별로 분류하여 분석하고, 이를 기존 연구들의 결과와 비교하여 1920~1930년대 명승 문화의 변화와 그 역사적 배경을 분석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불교〉 유형 명승은 조선 대에도 잘 알려져 있고 문헌에 자주 등장했으나 근대에 들어와서 그 수량과 세부 종류가 다른 유형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제의 문화적 식민주의와 동시대에 도입된 사찰을 명승의 집합지로 보는 시각과 관련성이 있는데, 이러한 흐름에 맞게 근대적 미술사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명승 문화의 새로운 저자로 등장하게 되었다. 다음으로 명승의 지방별 분포는 조선 시대나 일제강점기 때나 경기도에 편중되어있는데, 특히 근대 이후에는 경기도의 경성이 명승을 가장 많이 보유하는 장소로 부상한다. 이는 일제 식민정부가 자신의 근대화 정책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경성 자체를 전시장처럼 바꾸려고 한 시도와 관계가 있다. 동시에 개성과 경성 외의 교외 경기도 지역의 명승 발견도 진행되어 〈궁궐〉 유형 명승이 많은 경성, 〈불교〉 유형 명승이 많은 개성과 더불어 〈군사〉 유형 명승이 많은 교외 경기도, 이렇게 삼중구도가 형성되게 되었다. 본 논문에서는 근대의 명승 문화의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1920~1930년대 종합잡지에 실린 지리지 형태의 글이나 지역사, 기행문 같은 역사지리 기사를 활용했으나, 이런 종류의 기사는 같은 시기에 신문 매체에도 광범위하게 실렸다. 따라서 1920~1930년대 명승 문화를 통합적으로 조망하기 위해서는 추후에 신문 매체에 실린 역사지리 기사에 대한 양적 분석도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