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발생한 크루즈 선박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의 COVID-19 집단감염은 의학적·병리학적 시사점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이동의 정치, 감염병 관리를 위한 사물·기술 등의 배치와 구성, 그리고 이들의 관계에서 배태되는 경험과 정서적 감응에 대한 고려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해양에서 전개되는 모빌리티·부동성의 정치를 파악하고자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COVID-19 집단감염 사례를 모빌리티와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분석 결과, 첫째, 모빌리티의 동기, 흐름, 리듬에 대한 검토가 행위 주체의 정체성, 관계성, 그리고 미시적·지역적 차원에서의 사회공간성이 변화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그 상호작용에 내포된 정치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둘째, 해양과 육지의 관계가 선박 모빌리티, 기항지, 모빌리티 환승을 통해 지속적인 이동의 흐름·리듬으로 통합될 수 있으며, 정치적・경제적 의도에 따라 분리되고 재연결되는 등 가변적인 경계화 과정에 의존하고 있음을 파악하였다. 셋째, 선박이라는 미시 공간에서 작동하는 생명정치의 규율 메커니즘과 안전장치가 육지에서와는 다른 위기 상황을 만들어냈으며, 이는 감염병 관리와 정보 순환의 차이에 기인하였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