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의 판결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는 법학방법론의 중요한 과제영역을 형성한다. 이 중 법관의 법형성 영역에 대한 통제는 법관개입의 양과 밀도의 측면에서 더 강한 주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학문적으로 아직 충분한 조명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흠결 개념 및 그 보충을 둘러싼 ‘비판적 논쟁사’ 부분이다.
이러한 논쟁사에 있어 그 어느 시기보다 20세기 전반부에 이루어진 유럽 법학방법론의 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흔히 현대 방법론의 논의는 이 시기에 상당부분 선취되어 있다고 이야기되기도 한다. 그동안 이 시기 논의에 대한 국내소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20세기 후반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현대 방법론에 끼친 영향력을 감안할 때 관련 연구에 있어 시급한 보완이 요청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법률의 흠결문제를 천착한 20세기 전반기의 표본적 이론 구성 몇 가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방식을 택하고자 한다. 이때 에른스트 치텔만, 필립 헥크, 한스 켈젠의 연구를 매개고리로 삼고자 한다. 이들의 논의는 흠결이론의 구성 측면뿐만 아니라 향후 방법 논쟁에 끼친 영향력의 측면에서도 그야말로 ‘전형’이자 ‘표본’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치텔만은 독일민법전 발효 불과 몇 년 후 흠결 문제에 대한 첫 연구서를 펴냄으로써 이후의 논의를 각인해 오고 있으며, 켈젠은 일반적 소극원칙과 함께 무흠결테제를 주장함으로써 흠결개념에 대한 이데올로기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헥크는 방법론의 유효성이 다차원적으로 위협받던 시대에 이익법학의 구성을 통해 방법론 연구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으며 그가 제시한 주요 개념은 이후 방법론 전개의 기본 틀이 되고 있다. 흠결개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들이 흠결론을 전개한 실제 역사적 순서에 비추어 보자면 치텔만을 필두로 헥크, 켈젠을 다루어야 하겠지만 논의의 효율성을 위해 켈젠, 치텔만, 헥크의 순서로 진행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이는 흠결의 존재를 부정하는 데에서 상대적으로 흠결의 범위를 넓게 잡는 방향전개와 상응한다. 이들의 흠결론을 순차적으로 살펴본 다음, 이를 상호비교해 보면서 그 법이론적 함의를 끌어내 볼 것이다. 흠결 개념을 매개로 이들의 서로 다른 관점을 상호 대조 속에 검토해 보는 것은 흠결개념에 동반되는 방법론적 문제를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자, 우리 학계가 앞으로 관련 논의를 진척시키는 데 중요한 이론적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