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에서는 오횡묵(吳宖默, 1834∼1906)의 『영남구휼일록(嶺南救恤日錄)』을 통해 1886년 영남별향사(嶺南別餉使)의 파견과 활동에 대해서 검토한다.
1886년(고종 23) 경상도는 오랜 재해와 기근을 겪고 있었다. 이미 경상감사가 구휼을 시행하고 있었고, 좌ㆍ우암행어사까지 나섰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종은 특명을 내려 영남별향사를 파견했다. 영남별향사로 임명된 오횡묵은 81일간 영남지역에서 백성을 구휼하였다. 그 중 핵심은 구활노비 정책을 활용하여 빈민을 구제하는 것이었다. 구활노비는 살아갈 길 없는 양인을 노비로 만들어 그 생명을 구제하는 빈민구제책을 말한다. 그 외에도 유리걸식하는 자, 길거리에 죽은 채 버려진 사람들도 구제하였다. 업무에 필요한 비용은 경상감사와 좌ㆍ우암행어사가 지원하였다. 구휼의 상세 내용과 자금 출납 내역은 모두 문서로 정리되었다. 이를 통해 당시 구휼 업무의 실상과 현황을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다.
임무가 끝나가던 와중, 경상도는 감사와 어사가 사망하면서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하였다. 오횡묵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들의 부재를 대신하며 침착하게 구휼 활동을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구휼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행차에서 구휼의 혜택을 입은 고을은 40개에 이르렀다. 영남별향사의 파견은 수많은 백성의 생명을 구했음은 틀림이 없다.
오횡묵의 입장에서도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오횡묵은 영남에서 많은 빈민을 구휼한 공적을 인정받아, 이후 정선, 자인, 함안, 고성 등지에 지방관으로 부임하였다. 오횡묵이 지방관을 역임하던 시기 역시 기근이 계속되었으며, 그는 지방관으로서 구휼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였다. 이는 영남별향사로서의 구휼활동에 기반한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