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수강학생들의 ‘텅빈 얼굴’을 보고 수업 혁신에 대한 상심을 갖게 된 내가 혁신고등학교 교사들의 수업 혁신의 역동적 과정을 발현하도록 인과적 힘을 발휘하는 다층적 실재들을 드러냄으로써 교육적으로 올바른 수업 혁신을 위한 다층적인 노력의 방향을 확인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를 위해 나는 “혁신고등학교 교사들의 이러한 수업 혁신의 과정이 경험적으로 가능하다면, 그것을 발현시키는 실재들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비판적 실재론에 근거한 질문을 갖고 5년 전 수행한 세 개의 혁신고등학교의 수업 혁신 과정에 관한 연구 결과와 당시 구성한 질적 자료, 그리고 관련 선행연구들을 다시 읽고 답을 찾고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위와 같은 교사들의 수업 혁신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상당히 안정적이지만 서로 충돌하는 ‘구조’ 세 가지를 ‘가설추론’을 통해 세우고 이것의 타당성과 설명력을 ‘역행추론’을 통해 확인하고자 하였다. 세 ‘구조’를 시간적 흐름에 따라 제시하면, 첫째, 교사의 인적 구성, 배움의 공동체라는 혁신학교 철학의 공유, 수업과 교육을 중심에 놓는 업무구조와 행·재정적 지원이라는 ‘혁신학교의 운동적 구조’, 둘째, 그 결과 이루어진 공동체적 수업 혁신을 능력주의적 ‘공정성’의 기준에 따라 수정하도록 한 학업우수학생들의 ‘학벌주의적 능력주의 성향’,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와 배움의 내재적 가치 체험이 가능한 방향으로 수업을 지속가능하게 혁신하려는 교사들의 ‘체화된 교육적 내재율’을 드러내었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가 나의 수업 혁신에 대한 ‘상심’에 어떤 변증법적 의미를 지니며, 나로 하여금 수업 혁신을 통해 학습자와 교수자의 이분법을 넘어 메타실재적 초월로 나아가도록 추동하는지를 기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