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최근에 발굴한 이동(李東) 가문 관련 가사자료를 소개하고 가문 내 구성원들이 가사를 통해 사별한 가족을 기록한 양상과 그 의미를 살펴보는 데 목적을 두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학계에 소개된 적이 없는 필사자 미상의 두루마리 자료가 여성 가사작자 이동과 관련된 것임을 밝힌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논의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문 차원에서 여러 구성원들이 가사 양식을 활용하여 망자의 기억을 소환함으로써 38세로 요절한 한 여성의 삶이 재구될 수 있었던 점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어머니에게는 귀동녀로 자랐으나 일찍 생을 마감한 비극적인 딸로서, 남동생에게는 고난의 순간에 의연하게 처신하던 어른으로, 남편에게는 젊은 시절 동고동락하며 자신을 성장하게 해준 은인으로 그려지는 등 각자 자신과의 특별한 기억 속에서 망자의 삶이 다각도로 재구되었던 것이다. 또한 가문 구성원의 가사 창작은 망자를 애도하는 동시에 살아있는 사람들을 걱정하고 위로함으로써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효과도 거둔 것으로 생각된다. 슬픔의 감정을 드러내고 공유함으로써 서로 위로하고 아픔을 보듬으며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짐작된다. 물론 이동의 작품은 어머니로서 외동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일상으로의 온전한 회복이 어려웠던 면모를 보여주어 나머지 두 작품과는 차별되는 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앞으로도 가문 내 남녀 구성원들의 가사 창작 및 소통의 양상은 계속 탐색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