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텔레비전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개인화 시대 가족상을 재현한 ‘이후의 가족드라마’로서 조망한다. ‘이후의 가족드라마’라는 명명은 다음 두 특이점에 근거한다. 첫째 이 드라마는 핵가족이 규범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한 ‘가족 이후’의 상황을 다룬다. 이 드라마에는 기왕의 가족드라마가 다뤄온 3세대 대가족도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경제적 불안정성 때문에 생긴 특이 형태의 혈연가족과 1인 가구 가족들 그리고 지역공동체가, 늙음과 병듦과 죽음을 돌보는 과제를 감당하며 가족적 유대를 실천한다. 둘째, 신체매개적 정동과 이에 기반한 친밀감을 구현하며, ‘가족적인 것’의 출현 토대를 시사한다.
‘이후의 가족드라마’로서 이 특징들은, 가족다움의 근거나 계기가 혈연이나 혼인이 아니라 생계와 주거 공유로 바뀌고 있는 현실, 가족적 관계의 입각점이 상호돌봄과 상호의존의 수행성으로 조정되고 있는 국면을 드러낸다. 개인화 시대 가족이란 제도적 호명이 아니라 신체매개적 정동의 밀도에 의해 구성되는 것임을, 상호 내밀한 것들의 교환을 통해 감정 공동체가 되는 것임을 효과적으로 극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