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는 1985년 장편 극영화 감독 데뷔 이래 주로 문화적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여성을 서사의 중심에 두고 한국과 미국의 관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꾸준히 연출했다. 장길수 영화의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일관된 고찰은 그의 아메리카니즘에 대한 작가적 탐구로 평가되기도 한다. 본 연구에서는 1992년 LA 폭동 직후에 이를 발빠르게 재현한 장길수의 1993년 영화 〈웨스턴 애비뉴〉를 중심으로 재미동포 2세 한인여성이 미국 사회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인종과 젠더, 계급이 교차하며 발생하는 중층적 위계화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 미국 사회의 인종갈등 속 한인 여성의 위치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LA 폭동을 한흑갈등으로 축소하려 했던 당대 미디어의 움직임을 비판하며, 미국 사회의 복잡다단한 인종갈등과 인종화에 대한 연구들을 함께 살펴볼 것이다. 또한 〈웨스턴 애비뉴〉에서 2세 한인여성으로 열연한 강수연 배우가 같은 감독의 전작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90)에서도 연기했던,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문화적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여성 캐릭터를 함께 분석하며 1980-90년대 한국영화 속에서 자주 등장했던 피해자화된 여성상 혹은 여성화된 피해자상이 인종화된 한미관계와 얽혀있는 구도에 대해서도 고구해볼 것이다.